<열린마당>한국 생체인식산업의 현재와 미래

◆김재희 교수(연세대 생체인식연구센터 소장 )

 

 생체인식은 신체의 일부나 행동습관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분야다. 우리가 영화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문·얼굴·눈에 의한 인식방법 이외에도 손·서명·걸음걸이·귀·타이핑 습관 등 실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거나 이미 실용화되고 있다.

 생체는 소지하거나 암기할 필요가 없는 편리성 및 반드시 본인이 있어야 인식되는 높은 신뢰성 때문에 패스워드나 출입카드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보안 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외국의 주요 기관들이 보는 생체인식산업의 미래는 대단히 희망적이다. 생체인식산업을 인공지능·음성인식·LCD 등과 함께 21세기의 10대 유망 산업 중 하나로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세계 생체인식 시장규모는 지난 99년 2억5000만달러를 형성한 데 이어 매년 1.5배 이상씩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작년 9·11 테러 이후에는 더욱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조사한 국내 생체인식 산업의 현황을 보면 작년 국내 생체인식업체의 총 매출은 약 700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3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외국의 성장세와는 달리 국내 시장이 침체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국내 기술 수준이 현재 쓰이는 응용분야의 소비자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생체인식산업이 주로 벤처 형태의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이 얼마나 현재의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또 꾸준히 요구되는 기술개발을 과연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수 년 내에 국내는 물론 세계의 생체인식 시장이 더욱 더 커질 전망인데, 그때 외국과 기술경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대학·연구소 및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생체인식을 이용하는 주변기술의 개발 및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인력을 배양해야 하고 생체인식산업의 기술적·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해 이의 해결을 위한 문제제기를 적극 개진해야 한다.

 우리 생체인식산업의 원천기술은 대부분 대학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대학은 현존하는 생체인식기술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연구와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신기술에 관한 선행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를 통한 전문인력도 육성해야 한다. 관련 연구소에서는 산업체에 향후 요구될 차기 기술개발의 중심체 역할을 하면서 표준화, 인증 및 제품 성능평가 등을 위한 기술적 주체가 돼야 한다.

 여기서 가장 직접적이며 절실한 것은 국가의 지원이다. 현재 정통부에서는 단기적인 기술개발과 표준화 사업을, 과기부에서는 생체인식연구센터를 통한 원천연구를 지원하는 등 정부에서도 일부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점은 작년 이후 얼어붙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내수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생체인식기술이 신뢰성과 안정성에서 다소 제한적인 면은 있지만 이는 주변기술 및 시스템적인 해결과 사용자의 협조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또 생체인식산업의 해외진출과 산학연의 기술개발을 보다 확대 지원하며 보안 관련 각종 법·제도들을 개선해 생체인식산업 기반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생체인식산업은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주력했던 벤처 육성정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던 산업 중 하나면서 외국에서도 아직은 대부분 국가적인 주도에 의해 성장되고 있는 산업이다. 어느 때보다도 바로 지금,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적인 지원이 요망된다.

 jh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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