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IT서비스 시장은 국내외 업체간에 경계선이 선명하다.
우선 전세계 시장은 미국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반면, 한국시장의 경우 국내 토종 SI업체들의 주무대다. 세계 SI시장은 EDS가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삼성SDS가 단연 선두주자다. 삼성SDS은 한국 SI시장에서, EDS는 해외시장에서 각각 꼭지점에 올라 있는 셈이다.
고객이 원하는 IT서비스를 만족하게 제공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양사는 지금까지 직접 맞붙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향후 양사가 상대방의 시장과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업체 EDS=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은 EDS는 고객들로 하여금 경영과 기술적인 복합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호스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통합 서비스(end to end)’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EDS는 전통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과 IT 솔루션 아웃소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EDS는 △오퍼레이션 솔루션 △솔루션 컨설팅 △경영 컨설팅(에이티커니) △제품수명주기 솔루션(EDS PLM솔루션스) 등 크게 4개 분야에서 자회사와 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IT컨설팅 회사인 ‘커니솔루션’을 설립, 순수 전략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 및 운영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사업체계를 갖추게 됐다. 서비스 대상도 금융, 제조, 통신, 교통, 정부, 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으로 서비스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EDS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서비스 요건은 세계적인 입지와 축적된 기술력, 산업 경험, 방법 및 과정, 자금력 등이다.
EDS는 특히 미국 연방정부 역사상 최대 규모(69억달러)의 IT프로젝트 계약으로 기록된 미 해군·해병대 인트라넷 구축사업을 비롯해 ABN암로은행, 호주 커먼웰스은행, 제너럴모터스, 다우케미컬, 영국 인랜드 국세청, 세이버 등 전세계적으로 3만5000개 이상의 기업과 정부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900개 고객사에 웹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적으로 330만개 이상의 데스크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메타그룹이 총체적 IT 아웃소싱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전략 △지역 커버리지 △명성 △서비스 포트폴리오 △기술 △가격 △수행 등 15가지를 기준으로 아웃소싱 기업들의 순위를 매긴 결과, EDS는 IBM글로벌서비스부문과 함께 1등급인 리더에 선정됐다.
EDS는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세계 유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탄탄한 공조를 맺는 한편, 해외 IT서비스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이 시장 선두주자인 IBM을 따라잡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87년 LG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처음 한국에 진출한 EDS는 지난해말 LG와 결별한 후 한국시장 재진출에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EDS솔루션스, 경영컨설팅사인 에이티커니, EDS PLM솔루션즈코리아 등 3개 계열사를 포함해 2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EDS는 특히 2005년까지 한국 IT서비스 시장에서 ‘빅5’에 든다는 목표로 M&A·통합·파트너십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EDS는 상반기부터 국내 SI업체인 대우정보시스템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협상을 조심스럽게 진행해 왔다. 또 지난 28일에는 한국지사장에 처음으로 국내 출신 인사인 박광순 전 한국IBM 글로벌서비스사업부문 상무를 전격 선임해 현지화 작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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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서비스 업계의 ‘거함’, EDS의 수장인 리처드 브라운 이사회 회장 겸 CEO(55)가 취임한 지난 98년 12월 당시 EDS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평균 매출액은 한자릿수 상승에 그쳤고 주가는 2년 연속 하락을 거듭했다. 또한 EDS는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리처드 브라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수억달러 규모의 기업비용을 절감하고 비대해진 EDS 조직을 슬림화하는 초강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35개 부서는 4개의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로 조정했다.
그는 또 EDS의 기업문화를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보다 빠르고 민첩하게 변화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이를 위해 그는 ‘변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모든 EDS 사업의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웹 기반 도구인 ‘서비스 탁월성 계기판’을 도입했다.
이러한 덕분에 경영 실적도 몰라보게 호조됐고 세계 각지에서 굵직한 IT서비스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때문에 브라운 회장은 40년전 IT 서비스 사업을 창안한 EDS 기업 내에 자신감과 승리의 기운을 되찾게 해 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오하이오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브라운 회장은 28년 이상을 일리노이벨 사장 겸 CEO, 스프린트 부사장 등 통신 관련 분야 임원으로 종사해왔다. 브라운 회장은 EDS 사령탑을 맡기에 앞서 세계 유수 세무회계법인 H&R 블록의 역사상 가족이 아닌 인물로 CEO에 영입된 바 있다.
◇삼성SDS의 ‘세계 10대 IT서비스 업체’ 도약 야심=‘2010년엔 세계 10대 IT서비스 기업으로.’
국내 SI업계 선두주자인 삼성SDS(대표 김홍기 http://www.sds.samsung.co.kr)가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 85년 설립된 삼성SDS는 직원 6700명에 매출 1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창사 이래 국내 SI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IT서비스 분야 20대 기업 중에서는 4위에 올라 있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 선정한 IT,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인지도 조사에서 삼성SDS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유수기업을 제치고 2년 연속 최고의 IT서비스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및 공공, 전자정부, 교육 등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산시스템 통합 △‘유니ERP’ 등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규격의 다양한 패키지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컨설팅 △과천·구미·뉴저지 등 데이터센터 서비스 △멀티캠퍼스를 통한 정보기술교육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DS의 ‘통합 서비스’에 맞설 수 있는 비즈니스 체계를 갖춘 셈이다.
2010년 세계 10대 IT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글로벌 e파트너 2010’ 비전을 세운 삼성SDS는 국내 IT 업체 중 최다 국제공인자격을 보유(전체 인원의 65%)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국제인증(ISO9001·CMM·SPICE)을 통한 품질보증체계를 갖추고 있다.
삼성SDS는 특히 ‘국내기업은 더 이상 경쟁사가 아니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3개 해외법인(미국 뉴저지·영국 브렌트우드·중국 베이징), 4개 해외사무소(도쿄·프랑크푸르트·상하이·광저우), 2개 해외 R&D센터(인도·중국), 4개 데이터센터(런던·티후아나·뉴저지·베이징) 등 64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컨설팅 분야에서는 다국적 컨설팅·IT업체들의 사업확대에 맞서 기존 SI기반 컨설팅에서 나아가 솔루션 패키지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컨설팅으로 사업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짜고 있다. 또한 순수 경영·IT컨설팅 자회사인 오픈타이드코리아와 협력, 컨설팅 영역을 종합컨설팅으로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성SDS는 특히 EDS에 견줘 부족한 인지도와 글로벌한 실적 등을 만회하기 위해 오랜 기간의 국내 굴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앞세워 국내외 각 분야 대표업체들과 활발한 제휴를 통해 격차를 좁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
국내 IT기업을 대표하는 삼성SDS를 지난 98년부터 이끌어온 김홍기 사장은 “올 상반기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4년만에 회사규모를 2배 이상으로 성장시켰으며,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외사업도 매년 80∼90% 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IT시장이 전세계의 1% 선에도 미치지 못해 삼성SDS의 세계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지론을 강조해 온 김 사장은 “전체 해외사업도 매출의 60% 이상이 본사 주도가 아닌 미국·유럽·중국 등 3대 법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형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어 해외사업의 수익창출 도모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를 ‘2010년 세계 10대 IT서비스 기업’을 향해 전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솔루션 중심의 글로벌 회사’로의 진군을 가속화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들어 SI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업환경이 나빠졌지만 어려운 여건을 타파하고 주어진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기회창출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김 사장의 각오다.
이를 위해 그는 △공격경영과 전략사업에 박차 △해외사업과 신규 전략사업에 역량 집중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견실경영 기조 유지 및 프로페셔널 조직문화 구축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김홍기 사장은 지난해 3월 국내 CEO 중 유일하게 ‘세계 100대 IT리더’에 선정된 바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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