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시대 `윈윈모델`을 만들자>(2)영역분쟁의 파장과 문제점, 원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사업자의 스마트카드 시장 진입 장벽(해외사례)

금융·통신 업종간 영역분쟁은 한마디로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이다. 과거 은행계좌가 경제활동의 접점이었다면 최근 수년간은 신용카드, 앞으로는 휴대폰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모바일 중독증’ 세대가 경제주체로 등장할 때 금융·통신업계의 패권경쟁에 따라서는 시장판도가 완전 재편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국가적 수종사업을 건전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보다 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과 통신업종간 대안없는 힘겨루기는 아직 꽃이 피기 전인 전자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거나 기형적 구조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른 피해는 수많은 벤처기업과 테스트 역할을 자임한 소비자의 몫이다. 물론 그 책임은 IT발전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금융권과 과욕으로 화를 자초한 통신사업자 모두에 있다.

 ◇수세적·이중적 자세=국내 금융권은 모두 그동안 안일한 이중 잣대로 IT발전을 도외시해왔다. 카드업계의 경우 이미 90년대 말 해외 브랜드의 정책에 따라 스마트카드 전환계획이 공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소홀히 했다. 유럽의 대표적 접전지인 핀란드에서는 노르디아은행이 통신사업자의 공격에 맞서 휴대폰 제조사와 손잡고 듀얼칩 프로젝트를 추진, 독자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 은행이 칩카드 전환계획에 합의함으로써 비금융권의 주도권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통신사업자가 힘을 얻는 형국”이라며 “다만 기술개발은 통신업계에 맡기더라도 표준화 및 사업화 주도권 확보에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금융권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최근에야 맞대응 논리로 내세운 휴대폰 듀얼칩 방식도 유럽에선 이미 지난 99년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난 솔루션이다. 지난해 삼성카드·하나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 단절사례와 올 들어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CD·ATM 중단사태는 동종 금융권 내에서도 힘의 논리로만 밀어붙이는 은행권의 이중적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외부 공세에 무작정 반대만 하고 대안은 없는 게 은행의 솔직한 현실”이라며 “은행간 경쟁논리에 치우치다보니 공동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욕심=통신사업자, 특히 SK텔레콤의 행보는 당장 무리한 수준의 페이백 수수료나 자사 주도형 휴대폰 송금이체 서비스 모델이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윈윈게임’을 주창하면서 아전인수격으로 전자금융 시장발전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내부에서조차 사용자인증모듈(UIM)과 금융용 칩카드(모네타플러스)를 별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

 SK텔레콤은 내년 초 UIM 도입에 앞서 모네타플러스를 상용화할 계획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금융용 칩카드의 고객 기반은 결국 금융권의 자산이다. 통신사업자 몫인 UIM을 정착시킨 뒤 부가서비스를 접목한다는 취지면 모르지만, 전략적으로 금융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타 업종에 대한 선전포고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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