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LCD 공급가격이 업계의 손익분기점(BEP)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낙관하며 여유를 보였던 국내업체들도 가격하락세가 계절적 성수기로 진입하는 4분기 들어서도 바닥을 모른 채 지속되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같은 가격하락의 여파는 세계 1, 2위의 TFTLCD업체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지난 3분기 성적표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두 회사 모두 지난 2분기만해도 분기 매출 1조원시대로 진입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으나 3분기에는 매출이 전분기대비 20% 이상 줄어들었다. 2분기대비 평균공급가(ASP)가 30% 이상 떨어져 영업이익도 대폭 감소했다.
◇막오른 서바이벌 게임=현재의 세계 TFTLCD 시장의 수급동향을 종합할 때 앞으로도 공급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음달말 추수감사절로 시작되는 연말특수에 힘입어 설사 수요가 소폭 상승한다고 해도 현 가격인하 추세는 이미 대세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 TFTLCD업계는 본격적인 생존게임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조만간 일부 후발업체가 BEP를 맞추지 못해 경쟁대열에서 낙오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세계 1∼3위 업체인 삼성전자, LG필립스LCD, AUO 등 ‘빅3’는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이 추가하락해도 수용할 만한 여력이 충분한 반면 대만의 후발업체들은 BEP를 맞추기가 어려워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빅3의 제조원가는 15인치 기준으로 180달러 미만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내년초까지 150달러(인치당 10달러)의 원가 구현을 모토로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스타·CPT 등 대만 일부 업체는 제조원가가 높은데도 불구, 공급가격은 오히려 빅3에 비해 10달러 이상 낮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빅3는 또 이미 5세대 라인을 가동했거나 설비구축중인데 비해 후발업체들은 뒤늦게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이미 LG필립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3만장, 2만장 규모의 5세대 라인을 가동중이며, AUO도 5세대 설비발주에 들어갔다. 특히 5세대 라인은 기존 3.5세대나 4세대 라인에 비해 2배 이상의 생산성을 내 가격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빅3의 입지는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급가격이 제조원가 아래에서 형성된다고 모든 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선발업체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설비를 더욱 확장하고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린다면 일부 후발업체들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대 교체 가속화=현재 TFTLCD 공급가격의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15인치 모니터용 모듈. 이 제품은 브라운관(CRT)을 밀어내고 LCD모니터 시대를 여는데 일조한 가장 범용제품이다. 그런만큼 거의 세계 모든 TFTLCD업체들이 생산,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그러나 LCD 가격이 총체적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관련업체들은 15인치 비중을 줄이고 17인치나 18.1인치로 돌아서고 있다.
세계 최대의 TFTLCD 메이커인 삼성전자만해도 2분기까지만 해도 수량 기준으로 15인치가 모니터용 제품군에선 가장 많았으나 4분기 현재 17인치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LG 역시 지난 5월 5세대 라인 가동 이후 고부가 18.1인치 비중을 크게 높였으며 15인치 부문 역시 상대적으로 공급가격이 높은 노트북용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17인치나 18.1인치 제품이 15인치에 비해 공급가격이 훨씬 높아 라인당 매출 및 영업 이익률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면적 제품을 생산할 경우 생산대수는 다소 줄어드는 반면 생산관리가 간단하다는 이점이 있다. 결국 TFTLCD 공급가격이 제조원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질수록 LCD 시장의 세대교체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바람 부나=TFTLCD 공급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촉발된 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은 내년 이후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IT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LCD 시장의 대반전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불구, LG·삼성·AUO 등 선발업체들의 추가 5세대 라인 가동이 속속 이어져 공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당연히 공급가격 역시 경기상황에 따라 그 폭만 다소 변동이 예상될 뿐 완만한 하락세를 계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노트북, 모니터에 이은 제3의 TFTLCD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TV시장도 단기간에 폭발하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어떤식으로든 내년 이후 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5세대 이후 투자에서 뒤처진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격급락 여파로 반도체시장과 마찬가지로 TFTLCD 시장 역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거나, 선·후발 업체간 합종연횡,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형태의 제2차 구조조정 바람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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