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업계, 中차이나유니콤 입찰 놓고 과열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중계기 2차 입찰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업체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 9000여대 8000만∼9000만달러 규모의 차이나유니콤 중계기 2차 입찰을 놓고 20여개 국내 중계기 업체들이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저가공세와 타사의 공급선 빼앗기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

 더욱이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중국 업체들이 이를 악용,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과당경쟁은 이미 지난해 1차 입찰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지만 올들어 중계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된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과당경쟁 사례=중계기업체 A사의 중국영업 담당자인 김 과장은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년간 차이나유니콤의 CDMA서비스용 중계기 공급을 위해 협력해온 중국 현지협력사가 갑자기 국내 중계기업체 B사와 접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B사가 기존 공급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제안을 한 것으로 밝혀져 황당함마저 느끼고 있다.

 이러한 일은 비단 A사에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또다른 중계기업체 C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협력업체 관계자와 협상을 벌이다 난처한 경험을 했다. 지난 1차 입찰부터 손을 잡아왔기에 2차 입찰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자리로 생각했지만 다른 국내 중계기업체와 맺은 가계약 문서를 불쑥 내미는 바람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협력사 관계자는 다른 업체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했으니 C사도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C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동의는 했지만 정작 가격을 낮추려하니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대응책을 놓고 고심중이다.

 ◇왜 일어나나=이러한 과당경쟁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총 1억달러 규모로 실시됐던 1차 입찰 때에도 이러한 일은 부지기수였다.

 현재 중국 차이나유이콤의 중계기 입찰은 국내 업체가 직접 차이나유니콤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중국 현지협력사를 통해 공급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따라서 국내 중계기업체로서는 영업능력이 뛰어난 현지협력사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관건이다.

 따라서 협력사를 확보하지 못한 국내 중계기업체는 자연히 우수한 협력사와 관계를 맺기 위해 무리한 저가공세를 통해 협력사 확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또한 20여개의 중계기업체가 수주전에 나서다보니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대부분의 국내 중계기업체들이 중국 현지업체의 무리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책은 없나=이처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미 지난 1차 입찰 이후부터 업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계기CEO포럼이 발족됐고 수출 실무자 차원에서도 중국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2차 입찰이 본격화되자 지난해의 과당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체들이 과당경쟁을 자제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수십억원에 이르는 공급협상에 부딪히게 되면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차원에서 불공정한 대중국 영업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보다 영향력있는 수출협의체를 구성해 과당경쟁을 막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업계 스스로도 단순히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영업풍토에서 벗어나 제품성능을 통한 시장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품질이므로 통화품질 향상을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을 인정받는다면 저가공세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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