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선불카드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국제전화 선불카드업체들이 올해 들어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 등 서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에 비해 통화가능 시간을 두 배 정도 늘려 결과적으로 요금을 대폭 할인함으로써 원가구조가 악화됐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의 잇단 도산과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미국·일본·중국에 거는 선불카드의 경우 통화료가 원가 이하로 떨어져 몇몇 업체를 제외한 많은 업체들이 카드 발행을 중단했다”면서 “출혈 경쟁이 동남아 및 서남아 지역으로 옮아가면서 더 많은 업체들이 무너질 우려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S사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에 거는 1만5000원짜리 카드의 통화 분수를 지난해말 30분에서 70분으로 늘렸고 또다른 S사도 올초 50∼70분 가량이던 통화 분수를 100분 가량으로 늘렸다. 3개월 전에 선불카드 사업에 뛰어든 D사의 경우도 석달 만에 통화시간을 50분에서 70분으로 올렸다.
선불카드 업체들은 올해들어 국제전화 정산료가 70% 정도 인하되자 통화 분량을 늘렸으나 정산료가 원가 중 차지하는 부분이 50% 이하(1만원짜리 카드의 경우 4000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원가 구조를 무시한 출혈경쟁인 셈이다.
이에 일부 선불카드업체들은 실제보다 많은 통화 분수를 카드에 명시하거나 과금 단위를 속이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으며 아예 업체명 등 필수기재사항이 삭제된 정체불명의 카드까지 유통시키는 부당행위를 저질러 매달 통신위원회에 적발되고 있다. 표참조
S사 관계자는 “당장의 현금유통이 급한 업체들이 카드를 유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S사의 관계자는 “선불카드 사업을 하는 별정 1, 2호 업체들 중 60% 정도가 정산료를 지급하지 못해 자본잠식 상태”라며 “사실상 기간사업자의 유통업체에 불과한 이들 사업자가 도산할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등록이 취소된 선불카드 사업자 엔콜의 경우 유통된 카드가 최대 10만장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나 현재 체신청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2만여건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3개 유통점에서 제출한 것일 뿐 실제 피해를 본 개인의 신청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신고가 적은 것은 사용자가 대부분 불법취업으로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피해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보증보험료가 6000만원(별정 2호의 경우, 1호는 6억원)에 불과해 카드 한장당 받는 보상액이 유통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통신재판매사업자협의회(KTRA)가 사실상 몇몇 1호 사업자들의 모임인 데다 자정활동도 미미하고 통신위원회의 감시 및 시정조치도 실효성이 떨어져 보증금 증액이나 정산료 선불 납입제 시행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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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제전화 선불카드 관련 위반행위 통신위 지적사항(2002년 하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