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djjung@kiec.or.kr
옛날 사람들은 상대방을 알아보는 수단으로 칼이나 동전을 미리 두개로 쪼개어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훗날 이를 맞춰 봄으로써 서로의 신분을 인증했다고 한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朱蒙-동명왕)이 부여국을 떠나올 때 남긴 칼 한조각을 아들 유리가 갖고 찾아오자 자신의 칼과 맞추어 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유리를 적자로 인증하여 태자로 삼았다는 고구려 건국 설화를 보더라도 인증의 역사가 얼마나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전자거래에서 사용하는 전자인증도 형식만 다를 뿐이지 원리는 옛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전자상거래나 인터넷뱅킹 등 사이버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거래에서는 그 전자적 속성으로 인해 ID 도용이나 해커의 공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자인증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고도의 암호화 기술이 개발, 응용되고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기호나 숫자의 조합에 의해서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전자인증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완벽하게 확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모 증권사에서 한 법인고객의 ID와 비밀번호가 유출, 도용되어 불법적인 주식매매에 이용되었던 사건은 전자인증의 한계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지식정보의 활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현재 널리 쓰이는 암호화 기술의 대체기술로 생체인식(biometrics)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생체인식은 말 그대로 사람의 지문·홍채 등 생체적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의 전자인증이 갖고 있는 도용이나 해킹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의 IT전문 조사기관 가트너그룹은 세계 생체인식시장이 앞으로 매년 두배 정도씩 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시장은 매년 30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체인식기술이 발전해 전자인증에 완벽하게 응용될 수 있다면 ID나 암호를 외우고 있어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다행한 일은 지금까지 기호화된 인격만이 존재했던 사이버공간에서 생체인식기술은 휴머니즘이란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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