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개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주가관리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침체된 증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기업이 실시하는 다양한 주가관리 방안은 회사가 주가관리에 의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락장 이후 가장 먼저 부각될 개연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실적부진과 맞물려 IR를 취소하거나 실적 사전 발표를 회피하는 등 기업들의 대외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회사 주가를 부양하는 IT기업들은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사주 매입이나 IR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더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보통주 266만주, 우선주 4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한 데 이어 KT도 다음달 30일까지 312만2000주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키로 해 폭락장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제주도에서 개최한 IR에서 “KT와 상호보유 지분 맞교환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발표, 주가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코스닥 중소형 IT주 중에서는 일야하이텍, 에스엔티 등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8일 IR를 개최하는 제네틱스홀딩스를 비롯해 한국컴퓨터, 삼성광전 등은 소규모 IR를 정례화하고 있다. 하우리, 아이디스 등은 해외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신성이엔지와 선양테크는 구조조정을 주가관리 카드로 내놨다. 신성이엔지는 계열사인 블루코드테크놀로지를 매각했으며 선양테크는 인원삭감 등을 통해 수익구조 및 기업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김주헌 신성이엔지 사장은 “이번 계열사 매각은 모든 역량을 본사인 신성이엔지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투자자들에게도 원만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전환사채(CB) 및 신주 인수권부사채(BW)를 만기전에 취득해 물량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도 적지않다. 위닉스, 팬택 등은 CB 발행물량 중 일부를 만기전 취득했으며 인네트, 아라리온 등은 BW 물량 일부를 조기 상환하거나 상환할 예정이다. 이는 대부분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단기적으로나마 주가에 짐을 덜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러한 기업들의 주가관리 의지가 반드시 주가상승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닥 IT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주가관리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뢰해 줄지 의문이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 물량 부담이 상존하게 되는 등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럼에도 기업들의 다양한 경영 정상화 및 주가관리 노력은 투자자나 주주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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