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인스턴트메신저`의 권력투쟁사

 직원들이 업무에 이용하기 위해 무료 인스턴트메신저(IM) 프로그램을 내려받기 시작했을 때 토머스웨이젤파트너스의 첫 반응은 사용을 막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 팜 하우슬리 감독관은 이 프로그램이 금융회사로 하여금 모든 통신을 기록에 남기도록 의무화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위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무료 IM 프로그램은 전자우편과 달리 속사포처럼 왔다갔다하면서 메시지 사본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다가 지난해 9·11사태가 터졌다.

 하우슬리 감독관은 “9·11 당시에는 전화선이 다운돼 뉴욕의 고객들과 통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IM이라 사용금지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뒤 IM 대화를 모니터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 규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규정과 보안, 그리고 직원의 생산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AOL타임워너의 AIM,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N메신저 등 IM 프로그램을 사용금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머스웨이젤의 경우처럼 직원들의 요구 때문에 IM 사용금지를 해제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때 청소년들의 신변잡기 대화에 주로 이용되던 IM은 현재 기업에서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은 속도가 빠르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IM이 전화나 전자우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반응이다. 처음 거부반응을 나타냈던 기업들도 이제는 기업용 IM 프로그램이나 무료 프로그램의 성능을 향상시켜주는 애플리케이션 구매에 돈을 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북미지역에서 업무상 IM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6500만명이라면서 2006년까지는 전세계 IM 이용자가 2억5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IM은 언뜻 보면 속도가 빠른 전자우편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은 IM이 예상밖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입을 모은다. IM이 전자우편과 달리 상대편이 언제 컴퓨터에 로그인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무료 프로그램 대신 전세계적으로 700만∼800만명이 이용하는 IBM의 로터스 세임타임 같은 기업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스티논은 기업용 품질 수준의 프로그램이 결국 시장을 휩쓸 것으로 점쳤다. 그는 AOL타임워너나 MS가 기업용 IM 프로그램을 팔려고 할 경우 IM 증보판을 판매하는 많은 신생업체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호운용성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IM 사용자들은 같은 서비스에 가입한 다른 사람과만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IBM 제레미 다이스 본부장은 관련업체간 합의된 표준이 없어 시스템간 연결이 여전히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PC에서만 IM을 사용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휴대폰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해서도 IM을 사용할 수 있다.

 금융전문가들을 위해 MS 기반의 IM 프로그램을 설계한 팰러앨토 소재 이노베이션스튜디오 스티브 빌헬름 부사장은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M 콘퍼런스에서 “사장이 하루 중 아무 때나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을 모든 사람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심리적 영향이 커 사람들이 반발해 결국 IM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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