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서비스 업계가 고정(일반)전화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전화통화료를 둘러싸고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고정전화 사용자가 이동전화 사용자에 전화를 거는 이른바 ‘고정발(發)휴대신(信)’의 통화료 설정권이 수면밑 논쟁에서 수면위로 표면화되면서 고정전화사업자와 이동전화사업자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고정발휴대신’과 ‘휴대발고정신’간 요금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정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전화하는 경우 3분간 사용요금은 80엔에서 120엔이다. 이에 비해 같은 통화를 하더라도 이동전화 이용자가 고정전화쪽으로 전화하면 10∼40엔이 싸다.
그만큼 고정발휴대신이 비싼 셈이다. 올 3월 AU, J폰, 츠카 등이 여론에 밀려 고정발휴대신 통화 요금을 낮춰 ‘휴대발고정신’ 요금과의 차이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통신서비스 벤처업체인 헤이세이덴덴이 불합리한 요금체제에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헤이세이덴덴은 “요금 설정권이 이동전화사업자측에 있어온 지금까지의 관행이 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요금체제를 만들었다”며 고정발휴대신 통신요금 설정권을 고정전화서비스업체측에 양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통신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설정권을 이용해 높은 수준의 통화료를 유지,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헤이세이덴덴측은 설정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면 바로 3분 60엔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동전화사업자측의 부당 이득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의 경우는 국제전화서비스업체가 설정권을 가지고 있는 점을 들어 국내에서 자신들이 설정권을 독점하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헤이세이덴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지난 7월에는 총무성에 ‘고정발휴대신’ 요금 설정권에 대한 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달 뒤인 9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동전화사업자 4개 그룹(NTT도코모, KDDI, J폰, 츠카)을 독점금지법위반(부당가격 제시)으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일단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TT도코모측은 고정전화와 이동전화간 통화의 경우 통화의 기능은 물론 비용의 대부분을 이동전화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전화사업자가 설정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정발휴대신’ 통화료가 ‘휴대발고정신’보다 높은데 대해서 전체의 트래픽을 평균으로 해서 계산해 보면 같은 수준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만일 통화료 설정권을 고정전화측에 양도할 경우 이동전화측에서는 비용 절감 인센티브가 없어져 헤이세이덴덴이 얘기하는 통화가격 인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리고 헤이세이덴덴이 지적하고 있는 발신측에 요금 설정권이 있는 국제-이동전화간 요금체제에 대해서는 “통화를 위한 관련설비 대부분을 국제전화서비스업체가 가지고 있어 그들이 설정권을 갖는 것이 온당하다”는 입장이다. 국내간 통화와 국제간 통화를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를 위한 설비 부담자가 설정권을 갖고 있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KDDI, J폰 등 다른 이동전화사업자들도 NTT도코모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이동전화사업자가 요금 설정권을 갖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이용자 획득에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만큼 이동전화 보급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다.
KDDI의 오노 사장은 “지금 그대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설정권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며 쐐기를 박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설정권을 양보할 경우 이동전화사업자의 매출이 적어도 몇 %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 입장에서도 경영 악화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설정권 문제를 호락호락하게 내줄 수 없는 셈이다.
일단 총무성은 최근 “헤이세이덴덴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동전화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헤이세이덴덴측은 국제회선을 경유하는 형태로 10월 초순부터 3분 60엔의 고정발휴대착 통신 서비스를 강행한다고 밝혀 파문이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헤이세이덴덴은 국제회선을 이용할 경우 고정전화 망사업자인 NTT와 이동전화 망사업자인 NTT도코모에 각각 4.94엔과 39.24∼49.86엔(3분 기준)을 망사용료로 지불하기만 하면 서비스가 가능해져 이를 합쳐도 44.18∼54.80엔에 불과, 60엔에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접 통신 이용자들을 상대로 저렴한 서비스를 개시해 시장 내에서 현재의 불합리한 체제를 입증해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로서는 국제회선을 이용한 서비스 접속을 거부할 근거가 궁색하다. 하지만 이같은 서비스가 헤이세이측의 설명대로 10월에 기술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통신서비스 업계는 설정권 문제라는 불씨를 안은 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헤이세이덴덴의 서비스 개시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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