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체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IT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이 기존의 오프라인 수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학생을 사이버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한 것인지를 확실하게 가름할 필요가 있습니다.”(유지수 국민대 경상대학장)
“교육의 품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로부터 같은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IT교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윤경희 삼성SDS 여성IT전문교육부장)
IT인력 양성 지원을 위한 정부(정통부)의 지원정책을 차별화·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선 교육기관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IT인력의 질적 수준이 ‘하향 평준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정부지원을 확대하면 투자비용에 비해 성과가 부실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구조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숭실대 컴퓨터학부 이남용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IT인력 양성정책이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데 그쳐 고급 인력의 부족현상을 초래했다”며 “IT인력의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은 일선 기업의 인력채용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인력채용 계획을 가졌던 500개 기업이 2200여명을 채용하면서 50% 이상을 경력사원으로 채웠을 정도로 대학을 졸업한 신규 지원자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듯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보는 식의 인력채용보다는 낚시를 물에 담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
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환영받는 것이다.
정통부가 고급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운영중인 사설 IT교육기관의 교육비 지원프로그램에도 허점이 많다. 현재 정통부는 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썬마이크로시스템즈코리아·삼성SDS 등 굴지의 IT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설 교육기관에서 전문기술 습득에 나선 피교육생들에게 교육비의 50%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용의 낭비만 되풀이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다국적 IT기업들의 교육물이 자사의 제품을 관리하는 자격증시험 위주로 전개되면서 외산 IT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을 불러오는 구조를 형성했다. 또 다국적 IT기업들의 교육물이 5주에 500만원짜리 코스가 있는가 하면 150달러 이상의 자격증 시험료를 내야 하는 등 업체마다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외국계 유명 IT기업들의 사설교육기관이 인증하는 IT자격증은 국내시장에서 진행되는 정보화 프로젝트의 필수조건으로 자리잡는 경향이어서 외화(교육비)유출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력 양성을 위한 텃밭인 대학교의 IT 교육체계에도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일선 교수들의 IT 관련 과목에 대한 전문지식이 열악한 데다 급격한 기술변화를 수업에 적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IT 관련 과목의 한 학기당 수업시간이 48시간에 불과해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따라서 사설 IT교육기관이 대학 캠퍼스에 진출해 야간과 주말을 활용한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자는 현실적 대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관련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에게 기업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해 현장경험을 배양하도록 하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경상대학장은 “기업들이 기존 인턴십제도를 회피하는 이유는 IT분야에 대한 재능이 있는 학생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설 IT교육기관, 대학, 기업이 공동으로 인력개발시스템을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급인력 스카우트에만 매달리는 기업들의 조급함도 IT인력 양성의 장애물이다. 산·학연대를 부르짖은 지 오래지만 ‘자기 사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엘리트 투자에만 집중했을 뿐 국내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토양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기존 직원들의 재교육과 경력관리에 대한 지원을 외면함으로써 고급 IT인력의 해외유출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최근들어 일부 대기업이 사회간접비용을 활용해 전사적 인력재교육 및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변화의 서광을 비추기 시작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개발단의 김은민 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83억달러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생산액 가운데 3억달러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무게중심을 내수에서 수출로 옮겨가기 위해 신기술 습득의 매개체인 외국어 능력을 배양하는 등 총체적인 인력양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정통부 인력 육성 방안들
IT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정보통신·소프트웨어·전기전자분야에서 14만1772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된다. 표1참조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교수요원 확충사업, 고급 연구인력 양성사업, IT분야 특성화 전문가 양성사업, 미래 IT영재 양성사업,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보화교육사업 등에 올해에만 2556억원을 쏟아붓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지난 98년부터 올해까지 835억원을 IT 민간교육기관에 지원함으로써 민·관 협력체제를 다지고 있다.
정통부는 IT분야 전공자를 중심으로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3개월 이상 450시간의 교육을 민간교육기관에 위탁, 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통신·정보보호 분야의 실무형 전문가를 육성중이다. 또한 현업에 종사하는 IT인력들이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교육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정통부의 노력이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발굴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는 있지만 IT인력의 양적 확산을 실현함으로써 IT교육 내실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정통부의 IT 민간교육기관 지원프로그램에 참가한 1만여명의 교육인원 가운데 8400여명이 수료했고 3450여명이 IT기업에 취업했다. 정통부는 올해에도 84개 교육기관과 146개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통해 연말까지 총 4092명의 수료생을 배출할 전망이다.
정통부는 전문대, 4년제 대학 등 정규교육기관의 IT 관련학과의 정원이 시장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확대되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 대학은 총원이 규제되는 데다 학과간 정원조정에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문 IT인력을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또 학교에서는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무교육이 이루어지 않아 재교육이 필요하고, 해외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할 기회가 적은 나머지 국제경쟁력이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민간 IT교육기관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0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우수 IT인력을 20만명 이상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에도 2000억원에 불과했던 교육지원 투자금액을 4311억원으로 늘려 5만여명의 IT인력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IT산업의 생산액은 지난 96년 이후로 연평균 20% 안팎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기를 제외할 때에는 성장률이 30%를 넘어설 정도다. 표2참조
그러나 정보통신기기가 IT산업 생산액의 74%를 차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을 뿐 지식산업의 보고인 소프트웨어분야의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IT 전문인력 양성의 내실화가 절실하다.
IT강국인 인도는 지난해 100억달러의 소프트웨어 생산액 중에서 78억달러를 해외에 수출한 반면 한국산 소프트웨어는 생산액 83억달러 가운데 3억달러만 수출됐다. 우리나라가 기치를 높이 세운 ‘IT 부국 강병’ 결실은 수출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따라서 인종·나이·학벌을 초월한 한국형 IT인력 개발을 서두를 때다.
<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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