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SP들 콘텐츠로 승부

 미국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이 케이블TV와 유사한 수준의 콘텐츠 제공을 서두르고 있다.

 17일 C넷(http://www.cnet.com)은 미국에서 광대역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AOL·SBC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ISP들이 광대역 망을 이용한 음악·동영상·게임 콘텐츠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내 광대역 보급 확산 외에 광대역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소비자들이 기존 다이얼업 접속자들에 비해 음악·게임·비디오 콘텐츠 이용에 적극적이어서 콘텐츠 제공 및 이에 따른 유료화가 충분히 이익이 될 것으로 ISP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으로 수행할 수 없었던 다양한 광고 기법을 동원할 수 있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ISP들도 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ISP들은 광대역 콘텐츠를 확실한 수익원으로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콘텐츠제공업체(CP)들과의 제휴는 물론 콘텐츠의 직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OL은 ‘인터넷의 HBO’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우고 모기업인 AOL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광대역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AOL의 조너선 밀러 회장은 “기존 다이얼업 시장에서 수위를 유지하면서 광대역 인터넷 사업도 확장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만이 광대역 시장에서 보다 많은 가입자 확보를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특히 최근 대화형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온 테드 리언시스를 부회장으로 선임해 브랜드·제품·기술 전략을 맡겼다.

 SBC는 야후와 손잡고 음악·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키로 했다. SBC는 조만간 케이블TV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어스링크와 로드러너·스피크이지 등도 각각 리슨닷컴이나 풀오디오와 같은 형태의 인터넷 음악전송 서비스를 준비중이고 벨사우스도 최근 리얼네트웍스의 리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ISP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AOL과 MSN·익사이트@홈 등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시도되는 것이어서 인터넷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리슨닷컴의 숀 라이언 CEO는 “이제 ISP들이 광대역 콘텐츠 제공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할 것인가 아닌가’하는 전략적 문제를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할 경우 서비스 요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반면 유료화에 실패할 경우 개발비 등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독점적이지 않은 콘텐츠의 경우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ISP들이 케이블TV와 유사하게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업계에서는 “ISP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만으로는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결국 콘텐츠 수준이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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