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한국을 먹여살릴 전략품목에 도전한다-e금융

 ■IT강국 건설 든든한 `돈줄`■

 국내의 앞선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e금융 솔루션이 IT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견인차로 등장했다. e금융 관련 솔루션이 주목받는 것은 다양한 전자금융 서비스 덕택이다. 이미 예금 대출과 이체 등 은행거래뿐 아니라 주식투자, 보험가입과 보상청구 등 거의 모든 금융거래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금융 방식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졌다.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 줄을 서지 않고도 모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통해 주식매매를 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사이버거래로 불리는 HTS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98년. 98년 1월 전체 주식거래의 1.8%에 불과했다. 이 후 초고속으로 성장해 2001년 5월말 기준으로 그 비중은 67.4%로 급증했다. 삼성·대신·LG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홈트레이딩의 비중이 전체 거래량의 80%를 웃돌고 있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이처럼 활성화되자 영업점없이 사이버 거래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증권사도 잇따라 등장했다.

 e금융 시스템은 점차 증권업계에서 은행권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입출금 계좌 이체뿐 아니라 대출 업무까지 거의 모든 은행 업무를 창구에 가지 않고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해치울 수 있는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20개 은행에 인터넷뱅킹 시스템에 등록한 고객 수는 529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뱅킹과 같은 전자금융이 이처럼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편리성 외에도 수수료와 금리 면에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송금을 하려면 금액에 따라 건당 400∼6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타행 이체는 수수료를 물지만 할인 혜택을 받는다.

 e금융의 위력은 지불과 결제 수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사이버머니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온라인 거래수단인 신용카드는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전자화폐나 휴대폰 결제 등 새로운 결제 시스템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선 지불 결제 시스템은 한국을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결제 강국으로 이끄는 주역이다. 국내 업체는 휴대폰 속에 신용카드 개인정보가 담긴 IC칩을 내장해 무선 결제하는 최첨단 방식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 시범 서비스중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상용 서비스가 본격화돼 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카드리스(cardless)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결제 솔루션 업체도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결제방식을 실험중이다. LG카드는 LG텔레콤과 제휴해 ‘LG페이웰’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산 뒤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카드 결제를 끝낼 수 있다. 삼성카드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휴대폰에서 영화·열차 티켓, 항공권 등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은 휴대폰 속에 신용카드 정보가 담긴 IC칩을 내장해 결제하는 시스템도 곧 구축할 예정이다. 국민카드는 ‘ZOOP’라는 이름이 붙은 적외선 지불시스템을 경기도 성남시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카드 정보가 휴대폰에 내장돼 TV리모컨처럼 휴대폰 버튼만 누르면 결제가 이뤄진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초 무선인터넷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이용대금 청구내역, 거래승인 내역, 이용실적 조회 등을 휴대폰이나 PDA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도 신용 카드회사 못지 않게 모바일 결제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 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독자개발한 모바일결제 시스템(IrFM)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LG텔레콤도 솔루션 업체인 하렉스인포텍과 제휴해 성남시에서 적외선 지불 결제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이 솔루션은 성남시내 1000곳의 식당 주유소 상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가맹점은 연말까지 3000개로 늘어나게 된다. 조만간 경방필백화점·대한극장·KFC·TGIF·스타벅스·토니로마스 등 전국 매장으로 가맹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TF도 ‘케이머스(K·merce)’라는 모바일 커머스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누가 더 세련된 e금융 솔루션을 개발하느냐가 국제 금융 서비스의 경쟁력을 가리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앞선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와 다양한 서비스에 비춰볼 때 충분한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해외 e금융 시스템 현황 ■

 세계적으로 e금융 바람을 주도하는 지역은 단연 유럽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각국 은행업의 디지털화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유럽은 은행 거래의 약 4%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동전화를 이용한 은행 거래는 미국의 9배, 순수 온라인 은행만 500여개로 미국의 2배에 이른다.

 시스템 측면에서도 유럽지역 은행은 앞서간다. 고객과의 양방 교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유럽은 전체의 55%나 되지만 미국은 15%에 불과하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비중도 유럽은 50%인 반면 미국은 10% 내외다. 유럽이 e금융에 앞선 것은 통신 인프라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60%에 이른다. 스웨덴은 50%에 육박한다.

 유럽은 미국보다 모바일 통신 표준도 먼저 확립했다. 모바일 통신이나 무선 장치를 위한 프로토콜을 일찍 제정해 응용제품 개발을 도왔다. 인터넷 뱅킹에 적극 투자한 유럽 은행의 노력도 한 몫했다. 스웨덴의 경우 인터넷 업체보다 은행이 먼저 인터넷 서비스를 상용화했을 정도다.

 반면 미국은 대형 은행 위주로 e금융이 활기를 띠고 있다. 웰스파고·시티뱅크 등 5개 대형 은행이 전체 인터넷뱅킹 고객의 약 36%를 차지한다. 30여개에 이르는 순수 온라인 은행은 보안 문제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3% 내외에 머물러 부진하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인터넷 뱅킹 고객은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고 계좌당 잔액도 평균보다 높아 은행 수익성 기여도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규모 10억달러 이상의 거대 은행 가운데 인터넷뱅킹을 실시하는 은행은 신용카드와 대출 실적이 상대적으로 높아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은행에 비해 건전성 측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e금융 발달이 더딘 편이다. 현금을 선호하는 습관 탓에 ATM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전반적인 e금융시스템은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여년간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정보기술 분야에 거액을 투자한 반면 일본은 투자에 소홀했던 것도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뷰: 이성만 마크로테크놀로지 사장 ■

 “인터넷과 e비즈니스의 확산으로 국내 금융 시장 역시 빠르게 온라인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에 그쳤던 다양한 금융 시스템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 속도에 비례해 e금융 역시 빠르게 확산될 전망입니다.” 이성만 마크로테크놀로지 사장(39)은 “e금융 환경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21세기 금융시장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10년 넘게 보안과 지불 결제 솔루션 분야에 몸담은 인물이다. 정부와 금융권 컨설팅은 물론 온라인 금융 분야의 굵직한 프로젝트는 모두 이 사장의 손을 거칠 정도로 보안과 온라인 금융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e금융은 한마디로 원격으로 가능한 모든 금융 시스템 서비스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인터넷 뱅킹과 사이버 트레이딩과 같은 서비스는 물론 신용카드·전자화폐·모바일결제 등 시스템과 솔루션이 모두 포함됩니다. e금융은 인터넷 서비스와 속도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초기 인터넷 시대와 달리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업무 구분이 점점 모호해진 상태입니다. 은행이나 365일 코너에 가야만 했던 금융 업무도 이제 집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이나 사이버트레이딩·인터넷쇼핑·전자입찰 등의 형태로, 돈이 오가는 민감한 부분에도 어김없이 e금융의 물결이 파고 들었습니다.”

 이 사장은 e금융의 폭발적인 성장은 인터넷 뱅킹 이용 현황에서 단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은행의 인터넷뱅킹 가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외환은행은 99년 12월 말 48만명에서 올해 5월 말 112만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조흥은행도 1만7000여명에서 145만명으로, 국민은행도 6만7000여명에서 110만여명으로 가입자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e금융 분야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보안’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입력하는 주민등록번호나 ID·패스워드 등 각종 개인정보의 유출을 막아 주고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해 주는 역할을 보안이 맡기 때문입니다. 보안없이는 e금융은 사상누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사장은 e금융과 보안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단언했다. “e금융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전자서명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이 근간이 된 전자서명은 e금융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잡을 전망입니다.”

 전자서명은 PKI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고 해킹·문서 위변조·거래부인 등을 막아준다. 예컨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한 후 상대방이 마음대로 계약내용을 바꾼다거나 주문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등 발생 가능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판이다.

 이성만 사장은 “e금융 시대에서는 금융·통신·유통 등 각 분야의 영역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누가 더 세련되고 편리하며 안전한 e금융 시스템을 제공하느냐가 미래 금융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