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버프엔터테인먼트 사장 ychoi@buffgame.com
게임을 대하는 자세를 기준으로 게이머를 구분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게임의 구조 자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치트 프로그램(일종의 해킹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다른 이용자를 골탕먹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치터’고, 다른 하나는 이들 치터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치터의 플레이에 유혹되기도 하지만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총아라고는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만들어낸 엔진이자 코드의 집합체기 때문에 버그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베타테스트 등을 진행하면서 유저의 의견을 반영하고 프로그래머 자신이 직접 그 게임에 심취해본 후 개발기간에 생각해내지 못한 부분을 확인·수정하고 추후라도 패치를 만들어 첨부하는 작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패치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첫 단계부터 패치를 위한 모듈화와 패키징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프로그램에서 첫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결국 개발을 시작한 게임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고 비록 어떻게 해서든 완성시킬 수는 있겠지만 정식으로 출시된 후 이어지는 항의와 불만에 결국 도태돼 버리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게임은 패치를 통해 살아 숨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치는 게임의 환경이나 설정을 게이머 입장에서 좀더 편하게 수정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지만 코딩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치트 프로그램에 대한 대처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를 막으려는 사람의 수가 치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창을 들고 찔러오는 사람은 수백만 명인 데 반해 이를 막으려는 사람은 불과 몇 명에 지나지 않다 보니 아무리 방패가 강력하다 할지라도 처음부터 안되는 싸움인 것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맵핵이 문제가 됐을 당시만 해도 서버-유저나 유저-유저 같은 네트워킹 코딩 방식에 따라서 치팅의 용이함이 결정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 무수히 많은 창 앞에서는 별반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아무리 근사한 방패를 만든다고 해도 그 방패의 어느 한 귀퉁이라도 후벼 파고들어올 수 있는 창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치트 프로그램이 온라인게임이든 패키지게임이든 게임의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와 분야에 걸쳐 골고루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을 제작한 제작사는 100명 중 99명이 창을 들고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1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방패를 들고 막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 강변하는 소위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이다.
하지만 거듭 되는 패치와 그 패치를 무력화하는 또 다른 치팅 프로그램의 출현 등 현안을 잠시 접어두고 한 번쯤은 제작사와 게이머 각자가 현재 자신이 속한 그룹이 어디인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쪽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그 서비스를 즐기는 입장으로 나눠 볼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게임’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한쪽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와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도 거기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규칙에 어긋나지 않게 즐겨야 하는 이른바 페어플레이가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서로의 잘잘못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게임을 올바른 놀이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함께 발전시키려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곧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생명력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온라인게임과 함께하는 키워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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