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부품업계>(4)커넥터업계

 전자·정보통신기기의 신경계로 불리는 커넥터업계는 현재 기술력에서 한수 위로 평가받는 해외 유명 커넥터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저가 정책과 중국업체들의 저가품을 통한 신규시장 개척이라는 전략으로 샌드위치 상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일반 범용 커넥터를 생산하는 상당수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가전용 등 일부 업체들조차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대형 고주파(RF)용 커넥터로 지칭되는 정보통신 및 일반 가전용은 신규 튜자 감소와 경쟁 심화 그리고 저가 중국산 제품 범람 등의 이유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자동차용 커넥터업계는 특소세 인하 혜택을 누리려는 신차 구입자들의 증가세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분기 시장규모가 전년말에 비해 시장이 15∼20% 확대되는 등 호조를 보였으나 환율 인하가 현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수익성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90년대 후반 커넥터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중대형 RF 커넥터업체들도 요즘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최근 전방산업인 중계기 수요가 기대치에 못미치는데다 하반기들어 수요증가가 기대됐던 미국·중국 등의 해외 시장조차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조만간 존폐의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휩싸여 있다.

 중대형 RF 커넥터업체의 한 사장은 “신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의 저가 진출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던 셋톱박스용 커넥터 시장은 업계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셋톱박스용 커넥터 시장은 지난 2분기에 해외 셋톱박스 시장의 제품 표준승인 지연과 계절적인 불황으로 급격히 위축돼 1분기의 20∼30%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그나마 디지털가전용 커넥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 가전용 커넥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기술을 필요로 해 중국산의 진입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유명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해 국산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 따라서 국내 업체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업계가 불황과 호황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업체간 협업’이 최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두그룹과 후위구룹간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금 및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업체는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소형 업체들은 이들 업체와의 공조를 통해 저가의 제품을 생산, 시장을 공략하는 협업적인 시스템만이 국내 커넥터 산업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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