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의 AQ

 ◆한정화 한양대 교수 hanjh1055@hanmail.net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머리가 좋은 리더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진 시대가 있었다.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거쳐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한 맥나마라처럼 지능지수(IQ)가 탁월한 인재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조직의 화합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IQ가 아닌 ‘감성지수(EQ)’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줄 알며 또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리더의 자질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우울한 시대였던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레이건이 인용한 통계 숫자는 맞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그의 유머감각은 역대 대통령 중 단연 최고에 해당한다고 한다.

 최근에 성공적인 리더십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 AQ다. AQ란 ‘Adversity Quotient’, 즉 ‘역경지수’의 약자다. 역경지수란 위기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AQ연구와 컨설팅으로 저명한 스톨츠 박사는 리더십을 상황에 대응하는 역량(response ability)이라고 봤다. 그는 AQ를 구성하는 요소를 코어(CORE)라고 정의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높은 AQ의 소유자는 자신이 상황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고(Control),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믿으며(Ownership), 역경의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Reach), 상황이 끝날 때까지 인내할 줄 안다(Endurance).

 스톨츠 박사는 역경극복 과정을 높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 비유했다. 등반 과정에서 역경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전진하는 사람, 적당한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 포기하고 내려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조직의 AQ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오르고자 하는 성향의 사람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봤다. 지속적인 전진을 위해서는 조직의 CORE 수준을 파악하고 책임성을 확립하며 객관적인 자료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거나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한정시키고 역경의 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스톨츠 박사는 창업기업가는 일반 사람들보다 높은 AQ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의 창업과 성장과정 자체가 끊임없는 역경을 만나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리더십은 결국 자신이 당면한 역경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나 부하직원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벤처는 현재 심각한 생태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초래된 위기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더욱이 불과 수년 전의 상황과 너무나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도 힘들고 감정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하루 저녁 만에 창고 속에 가득 쌓여 있다고 믿었던 치즈들이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상황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벤처는 태생적으로 위험을 동반한 성장이다. 기술개발이나 시제품 제작과정, 창업자금의 조달, 제품의 출시, 고객의 반응과 캐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경영팀간 갈등, 조직 성장에 따른 관리의 복잡성, 창업비전과 조직문화의 변질, 자금압박, 해외진출시 겪는 외국비용 등이 이러한 위험요소에 해당한다. 여기에 경제·사회 환경이 불리해지면 ‘퍼펙트 스톰’처럼 기업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다. 현재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회사의 역경지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조직의 역경지수 수준을 점검해 보는 작업부터 시작해 보고 누가 지속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인가를 분별해 팀워크를 갖춰야 한다. 비관적이고 패배적인 사고로 조직의 역경극복 역량을 저해하는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한다.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창업자들이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다. 어려운 때는 바로 새로운 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역경을 극복하고 나면 새로운 역량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난과 역경은 ‘숨겨진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고도 한다. 현재의 어려움이 미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조직의 리더들이 상황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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