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맞은 서울증시?

 미국 증시 폭락 여파에 옵션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뒷걸음질쳤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9.83포인트나 급락한 764.88로 마감됐으며 코스닥지수도 최근 연속 9거래일째 상승을 접고 전날보다 1.83포인트 가량 빠진 65.62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지수 급락은 지난달 26일 양대 증시가 연중 최저지수까지 추락한 이후 단기바닥을 찍고 대세 상승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여파가 더욱 컸다.

 10일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9000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8813까지 떨어졌으며 나스닥지수도 1346포인트까지 폭락해 지난 98년 10월 이후 5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 한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된 미국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했던 국내 증시가 그간의 차별화 장세가 무색할 정도로 힘없이 꺾인 것에 대해 세계 증시의 축인 미국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론’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증시 폭락으로 국내 증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가던 외국인들도 속속 손을 빼고 있다”며 “10일까지 약간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11일에는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9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도 지수급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서 지수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수출주를 파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중인 낮은 내수 및 금융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약세장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옵션 만기일인 이날 장 막판에 출회된 프로그램 매물이 총 2500억원으로 매수규모 590억원보다 4배 이상 많았던 것도 지수하락폭을 키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정보기술(IT)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관련주가 환율 급등에 따른 이익 모멘텀 약화 전망이 두드러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통신서비스주도 국내에서의 불확실성에다 또 다시 터진 미국의 퀘스트커뮤니케이션사의 회계부정 수사 소식에 줄줄이 내림세를 탔다. 반면 주요 인터넷주들은 미국 야후의 실적 호전 소식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국내 증시 행보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짙게 깔려있다.

 특히 미국 증시가 심각한 상태를 넘어 붕괴 직전까지 치달을 것인가, 아니면 다음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약 2주간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실적 발표기에 지지력을 찾아내느냐가 국내 증시 흐름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 신호를 찾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기업들의 실적발표 등에 따른 개별 주가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저점인 종합주가지수 700선대를 지지선으로 하는 보수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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