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벤처지원 포럼]주제-벤처기업 지역간 불균형과 개선방안

전자신문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5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5층 소회의실에서 ‘벤처기업 수도권 편중과 지역간 불균형 및 그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정부 정책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물론 지방 자치단체 관계자, 지방 벤처기업 대표자들이 참석, 수도권과 지방 벤처간 불균형 문제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고덕진 산은캐피탈 투자팀장, 김정식 아미티에 사장, 서영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신성택 인츠 사장, 이종일 송도테크노파크 본부장, 이택구 대전시 기업지원과장,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소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벤처기업 수도권 편중과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단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이는 벤처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 인구, 교육,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수도권 집중현상과 관련된 문제로 이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최근 한국은행 및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보고서들은 벤처기업, 벤처펀드 투자가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벤처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원인과 지방 벤처기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 지자체, 기업의 협력 방안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지방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벤처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로부터 지역 불균형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들어보고 현행 지원제도와 정책의 문제점, 개선 방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서영주(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벤처기업 수도권 집중현상은 전체 국가 경제의 서울 집중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근본 방안을 벤처 생태계에서 찾을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지역 편중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벤처기업의 72.8%가 수도권에 소재해 있으며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들도 서울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관련 유망 벤처기업의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전체 투자대상에서 제조업 중심의 지방 벤처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해마다 ‘창투사들의 수도권 기업 집중 투자, 이에 따른 기업 집중’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벤처기업 지방화 촉진을 기치로 내걸고 각 지역마다 우수 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지역내 비교 우위 업종을 지원하고 타지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비교 열위 업종을 이전시키는 ‘선택과 집중’ 정책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고덕진(산은캐피탈 투자조합팀장)=지방 벤처 펀드는 일반 펀드와 비교할 때 규모는 작지만 투자속도가 느리고 전액 해당지역에 설립된 기업에 투자하는 일이 적습니다.

 이는 펀드를 운영하는 주간 창투사가 지방기업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지방에서 투자대상 기업을 마땅히 물색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벤처캐피털은 대부분 투자자금의 회수율이 높은 수도권 지역 첨단 정보통신 기업들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 지역 시장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며 한편 창투사의 지역 인프라와 전문인력 부족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방 벤처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투자조합을 설립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것만큼 이를 운용할 주체를 선정하는 일, 시장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지방 전문투자조합에 수도권 창투사를 끌어들이는 방법의 하나로 이들이 투자한 지방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할 때 우선권을 주거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지방 펀드 활성화를 위한 간접적인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종일(송도테크노파크 본부장)=우선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지방 벤처 활성화를 위해 현지 여건에 맞는 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해야 합니다. 수도권은 고용효과가 높은 기업을, 지방기업은 현지 여건에 적합면서 고용효과가 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벤처 투자 분야에 있어서도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투자방식 및 펀드 조성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지역마다 재원배분과 집행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여건을 고려한 전문 컨설팅 기능도 강화해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이를 육성하기 어려운 지역일 경우,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벤처 관계자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지방이 결코 중앙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접근방식이 실제 지방 활성화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주현(산업연구원 연구위원)=벤처기업 지역 편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경제의 사회 구조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갖는 경제적 중요성, 즉 이들 기업의 성쇠가 향후 수십년 뒤 우리 경제 구조를 결정짓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벤처의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 문턱에 가까이 접근한 우리나라에는 향후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개발·육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벤처산업은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작고 견실한 지역 벤처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방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앙 정부는 관련 법률 및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내 경제 주체들은 투자된 자원이 실질적인 생산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여건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우선 지자체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집중된 창투사를 투자조합 설립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자체는 관내 기업이 창투사 투자를 받을 경우 그 기업에 자금 융자, 기술개발 자금 지급, 세금 감면, 컨설팅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정부도 지방 벤처 활성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경제 수준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택구(대전시 기업지원과장)=지방 벤처 펀드로 투자 자금은 몰리고 있으나 정작 기업이 투자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방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제 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이유는 창투사들이 투자할 만한 우수 기업이 적고 투자한다 해도 회수 사례가 거의 없다는데 있습니다. 또 연구소나 대학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지나치게 높은 배율을 요구해 창투사 입장에서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투자조합 구성비에서 창투사 투자 규모가 전체 지방 펀드의 10%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이들이 공공 펀드 운영에 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도 투자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역 벤처 활성화를 위한 원동력은 기술·인력·자본의 결합, 즉 산학연 연계에서 나옵니다. 대덕밸리는 기술과 인적 구성이 우수한 지역이긴 하나 판매·홍보 등 마케팅과 관련된 능력은 수도권 소재 벤처 집적 시설에 비해 떨어집니다.

 최근 지방 벤처 활성화를 위한 중앙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균형있는 국토 발전과 상충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은 지방자치단체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가 마련한 지원 제도 및 관련 법률이 조화롭게 조율될 때만이 가능합니다.

 해외 사례로서 실리콘밸리가 지금같은 벤처의 산실이 된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식(아미티에 대표이사)=지방 벤처 업계가 지방에서 설립됐다는 이유만으로 인센티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방 벤처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지방 벤처 기업들 대다수는 창투사들로부터 투자 메리트가 없고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방 벤처 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제도도 잘 마련돼 있지만 이들 제도가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도권 중심의 가치 척도로는 지방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방 벤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은 그 지역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지자체, 기업, 대학, 언론 등 해당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이 모두 함께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시각에서 함께 풀어 나가야 합니다.

 지방 벤처를 바라보는 수도권 중심의 인식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지방 벤처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심사의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지역민과 지방 업계 의식을 개선하는 구체적 노력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정부는 지역여건에 맞는 벤처 성장 모델을 선정, 이를 집중 육성해 지역마다 경쟁력 있는 산업을 갖춰 나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신성택(인츠 대표이사)=벤처 기업 지역 불균형 현상에 관한 논의는 흡사 한국 교육 문제에 관한 토론을 연상시킵니다.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문제이고 그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기업 경영은 애향심이나 애국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최적의 사업 조건을 찾아 기업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에는 기업 환경 외에도 정부 지원뿐 아니라 서울에 대한 선호도, 교육제도, 가족관계 등 상당히 복잡한 고려 사항들이 포함됩니다.

 우수 교육기관 대다수가 서울에 몰려 있어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 연령과 직종에 따라 다르겠으나 국민 대다수에게 있는 서울 선호 사상 등이 수도권 집중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시장규모, 생산지에 대한 편견, 유통의 용이성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가장 적합한 사업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들은 지역별로 비교 우위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사업 환경에 대한 치밀한 분석, 관련 연구 활성화, 전문가 육성,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지원 정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시장과 회사 위치가 일치하지 않으면서도 성공적인 벤처 집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참고할 만합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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