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국 HD프로그램 제작비 지원 가전업체 속내는 뭘까?

 ‘10억원을 투자해서 1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본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HD TV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가전업체가 각 방송국의 HD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경제적 이유가 깔려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말부터 SBS, MBC 등에 10억원씩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한 데 이어 조만간 KBS에도 6억원을 지원하는 등 올해 총 26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삼성 애니콜배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HD프로그램 제작비용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전업체가 이처럼 적잖은 프로그램 제작비용을 선뜻 방송국에 지원하는 것은 해외 콘텐츠를 확보해 사용할 경우 드는 막대한 로열티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방송을 타는 삼성전자의 디지털TV인 ‘파브’나 LG전자의 ‘엑스캔버스’ 광고는 사실 아날로그로 제작한 광고프로그램에 불과하다. 게다가 월드컵이 끝나면 눈 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구미를 끌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저작권 기한이 만료되면서 6월 내내 이어졌던 월드컵 환희의 순간을 더이상 HD프로그램으로는 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또 외국의 콘텐츠를 들여와 대리점에 공급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례로 일본 소니사의 5분짜리 다큐멘터리 저작물을 구매하려면 1억원 가량이 든다”는 게 LG전자 기획홍보그룹 장영호 수석부장의 말이다. LG는 앞으로 찍을 프로그램을 포함, 올해 확보해 사용할 수 있는 HD프로그램 콘텐츠 물량만도 줄잡아 64편이나 된다. 저작권문제로 골치썩을 필요없이 1억원당 3편 이상 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애니콜배 프로야구를 HD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한다. HD TV를 보여주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삼성도 입장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이 방송국에 HD프로그램 제작비용을 지원하는 데는 일차적으로 HD TV 판매 확산을 위한 간접적 마케팅 지원과 함께 각 대리점에서 소비자에게 보여줄 콘텐츠를 저작권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또 아날로그방송 제작비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원하면서 방송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가전업체들은 “향후 여러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HD프로그램 제작지원 비용을 요구하게 되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솔직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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