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반도체시장 짝짓기 종료 시스템LSI로 재기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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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반도체 산업계가 지난해 D램 분야의 치욕적인 패배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일본내 반도체시장 재편을 마무리짓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올라서려는 분야는 ‘시스템LSI’다. 대규모 직접회로인 시스템 LSI는 디지털 가전제품에서부터 모바일, 네트워크 기기에 이르기까지 IT기기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으로 향후 높은 수익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내 5대 반도체업체인 도시바, NEC, 히타치, 후지쯔, 미쓰비시 등은 올해 들어 연이은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일찌감치 시스템LSI 사업의 통합을 결정한 히타치와 미쓰비시에 이어, 지난달에는 NEC가 반도체사업 부문을 본사에서 분리시켜 독자 생존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 재편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19일 발표된 도시바와 후지쯔의 시스템LSI분야 제휴다.

 ◇도시바와 후지쯔의 제휴=도시바와 후지쯔는 최근 시스템LSI의 공동개발을 위한 제휴를 맺고 협력관계를 견고히 했다. 양사는 향후 시스템LSI 사업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처리·디지털가전용에서 강점을 가진 도시바와 통신·PC용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후지쯔간의 제휴로 양사는 거의 모든 IT기기 영역에 걸친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

 이미 D램 사업에서 손을 뗀 양사는 상호 파트너십을 통해 거액의 개발 비용을 절약하고 타사보다 앞선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범용품 이외의 분야에 경영 자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9월까지 구체적인 개발체제 등 상세사항을 정하고, 반도체 설계, 개발의 공통화를 통해 개발 제조비용을 삭감해 나가면서 고성능의 저소비전력 최첨단기술을 개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도시바가 이미 시스템LSI 개발과 관련해 소니와 미국 IBM 등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후지쯔 역시 소니와 제휴 관계에 있어 이들 업계간 상호 의견조율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도시바와 후지쯔의 제휴가 소니를 포함한 상호 협력체계로 발전할 경우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다중 제휴관계가 양사 제휴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아 시너지 효과 창출에 어려움을 격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자 생존에 나서는 NEC=지난 91년 한때 세계 반도체시장 1위 업체였던 NEC는 오는 11월에 반도체사업 부문을 분사시켜 독자 생존의 길을 간다고 밝혔다. NEC에 있어 지난 한해는 악몽이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사업은 매출이 31% 줄어드는 등 경영손실 1482억엔 적자를 기록, NEC 전체 3120억엔 당기적자라는 최악의 실적을 주도한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NEC는 컴퓨터나 통신사업에 비해 호·불황의 차가 큰 반도체 사업을 분사시켜 NEC그룹 본체의 경영 환경을 안정시키는 한편, 반도체 사업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 국제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처럼 반도체분야를 독립시킨 경우는 일본 대형 IT기업 중 첫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7000명의 인원을 삭감한 NEC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한 발 더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이미 지난 4월 현재까지 반도체 출신자가 역임해 온 사업부 책임자를 PC사업부 출신인 도자카씨를 발탁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입장에서의 경영에서 ‘사용하는 입장’에서의 경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또한 타사와의 제휴·통합보다 홀로서기를 선택한 데는 시스템LSI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분야에 비해 규모의 경제가 주는 장점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설 법인의 조기 상장을 통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NEC측이 말하고는 있지만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금력 부족이 반도체 분야 부활을 가로막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통합=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는 내년에 상호 출자를 통해 합병회사를 설립해 시스템LSI사업을 통합할 예정이다. 양사는 개발·제조부문 통합은 물론, 향후 판매망을 하나로 묶는 방안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설립될 합병회사는 시스템LSI분야에서 약 7000억엔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규모면에서도 세계 상위권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히타치의 반도체사업 부문에서 시스템LSI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56%, 미쓰비시의 경우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사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시스템LSI를 특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통합을 통해 개발 및 설비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드는 등 상호시너지 효과를 바라볼 수 있게 돼 시스템LSI는 물론, 반도체사업 전체가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히타치제작소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과, 미쓰비시전기가 마쓰시타전기산업과 각각 시스템LSI 공동 개발을 위한 제휴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번 통합을 계기로 이들 4개사가 보다 견고하게 상호 협력해 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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