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품목과 모델이 갈수록 다양화·세분화되면서 소비자의 혼란만 부추기고 결국 제조·유통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가전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상품 취급 및 판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업체간 판매와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급 품목 및 모델수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폭이 확대되기보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늘어났나=현재 가전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 모델수는 1년전에 비해 평균 50% 가량 증가했다. 모 양판점의 경우 취급하는 에어컨의 모델수가 지난해 372개에서 올해는 500개까지 증가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20개 이상의 신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예약판매 등 물량 밀어내기식 과열경쟁으로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업계의 시장 점유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기 때문이다.
TV도 지난해 230개에서 올해는 260개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냉장고 역시 290개 모델에서 360여개 모델로 급증했다. 이같은 판매 모델수 증가는 하이마트, 전자랜드, 이마트, 삼성홈플러스 등 대부분의 할인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왜 품목수 늘리나=가전 유통업체의 판매경쟁과 가격경쟁의 과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제조업체는 제조업체간, 유통업체는 유통업체간에 매출을 늘리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독자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품목 세분화와 판매 모델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판점을 비롯, 할인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PB상품 등 독자 판매모델을 늘려가는 가운데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까지 가세해 독자 기획모델을 늘려가고 있다.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계를 통틀어 독자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업체가 없고 인기 품목의 경우 품목별로 최소 1∼2개씩은 확보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제조 및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시장논리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업체들의 매출 경쟁 및 수익성을 추구한 결과다. 유통업체의 PB상품 및 독자 기획상품은 부가 기능 몇 개를 새로 끼워넣거나 빼고 새로운 제품인 양 선전하는 얄팍한 상술이 숨어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다수 소비자들은 대리점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할인점이나 양판점에서 판매하는 상품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은 기능 한두 가지에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제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델이 쏟아지다 보니 엇비슷한 기능의 각기 다른 메이커 제품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기도 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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