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T의 계획은 기존의 수동식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낡은 개념의 전화국을 첨단종합정보센터로 전환하겠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KT는 현재 각종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는 만큼 별도의 예산을 책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전국의 전화국을 IDC화해 새롭게 종합정보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이같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영동·혜화·마포·대구·원주 등의 전화국에 IDC가 들어서 있고 부산·대전·광주·전주·청주 등은 KT의 망운용국이나 정보통신센터·가입자망연구소 등에 IDC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밀양전화국은 이미 부산은행·대구은행의 재해복구센터 구축작업에 들어가 오는 10월께 완료, 가동할 예정이다.
◇배경=정보기술(IT)의 변화추세에 맞춰 기존 시설을 이용해 전화국을 인터넷전화국으로 변화시켜 궁극적으로는 각종 정보의 게이트웨이, 비즈니스의 게이트웨이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5∼6년 이내에는 전화망의 IP화가 진행돼 더이상 아날로그전화망은 활용할 가치가 없어진다. 국내에서는 이미 아날로그전화기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 개념의 전화국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전화국이 종합정보화센터로 전환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전화국은 이미 부지와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별도의 큰 투자 없이도 가능한데다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내부 환경도 갖춰져 있다. 한마디로 전화국은 KT가 추구하는 모든 비즈니스의 센터화가 가능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타 IDC사업자가 새롭게 사업을 하려 할 경우 부지를 매입해야 하고 새로운 시설투자를 해야 하는 등 투자규모가 너무 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KT는 최소한의 시설투자만 하면 그만이다.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비즈메카사업과 연계하면 시너지효과가 충분하고 전국을 무대로 펼칠 수 있는 미래사업의 선점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컴퓨팅파워센터나 재해복구센터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의미=기존 전통적인 의미의 전화국 차원을 넘어 각종 비즈니스의 전진기지로서 종합정보센터로 전환한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업종별 소기업네트워크사업을 전국화할 수 있는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KT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IT 솔루션 프로바이더’의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KT가 목표로 하고 있는 모든 기업의 통로로 ‘원 게이트웨이(one gateway)’의 하부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인증·지불·관리 등의 업무가 KT를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경점·카센터·미용실·문구점 등 KT가 목표로 하고 있는 300여 업종의 중소기업군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비생산적인 수단으로 인식돼 왔던 인터넷을 생산적인 거점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전환기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나=현재 중앙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목동IDC와 분당IDC를 포함해 전국 12개 IDC를 지역거점으로 하고 전국 91개(12개 IDC 포함) 전화국은 이들 지역거점 IDC와 연계된 하부IDC로 이용한다. 즉 서울의 목동과 분당IDC가 서로 백업센터 역할을 하면서 중앙센터로 활용되고 영동·혜화·마포·부산·대구·대전·광주·전주·청주·원주IDC를 지역거점IDC화하는 한편 각기 서브IDC를 거느리게 된다.
이들 IDC에는 기업은 물론 개인에 대한 각종 비즈니스 정보가 쌓이고 이들 정보는 실시간으로 중앙센터인 분당IDC에 모이게 된다. 이들 정보는 또 KT의 소기업네트워크화사업인 비즈메카사업과 우선 연계돼 활용되고 전국의 각 기업은 이들 IDC를 이용해 거리와 시간의 제약 없이 자사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게 된다. 물론 재해복구센터로도 활용되고 컴퓨팅파워센터·포털백업센터로도 활용된다.
◇전망 및 과제=업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시설을 이용해 전국 지역을 하나로 묶어 종합정보센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네트워크·시큐리티·스토리지 등 정보기술의 발전추세에도 부합되는 조처로 보고 있다. 또 시간과 공간(지역)의 구분없이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주고받고 비즈니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미래사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익성과 직결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장기과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KT가 ‘연간 몇개 전화국을 IDC화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점차 수요가 있는 지역부터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KT `첨단 종합 정보센터` 운영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