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 시대>성공사례-영국 ARM

 ‘무형재산이 반도체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실험실에서 로빈 삭스비 등 12명의 직원으로 탄생한 ARM은 현재 3대륙 7개국에 700여명의 직원을 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여느 반도체 회사처럼 시작은 작았으나 그 과정은 사뭇 달랐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기술을 개발, 장비를 갖추고 공장을 세우는 데서 시작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성장한 반면, ARM은 순수하게 핵심기술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공급으로 커 왔다. ARM의 성공은 IP의 중요성과 무형가치 중심의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ARM은 90년대 초 32비트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온칩(SoC)의 개발을 위해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 개념을 선보였고 이는 반도체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다른 반도체업체와는 달리 ARM은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생산자가 필요로하는 IP를 개발, 라이선스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전개한 것이다.

 이로써 ARM은 창업 10여년만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16·32비트 내장형 프로세서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또 올해는 약 10억개의 칩이 인텔·퀄컴·삼성전자 등 유수 반도체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ARM이 해마다 40∼45% 정도 고성장하는 배경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전략이 있었다.

 첫째, ARM은 설립 당시부터 지적재산권을 라이선스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기존의 쟁쟁한 반도체 회사들에 비해 ARM은 공장도, 설비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면 ‘원천기술’ ‘지적재산’이라는 무형가치 뿐이었다.

 둘째, 정확한 시장예측 아래 기술 로드맵을 확실하게 세웠다. ARM은 CPU 프로세서 핵심이, PC 중심에서 가볍고 이동성이 용이하며 향후 다가올 모바일(mobile)로 옮겨질 것이라는 판단아래 모바일·네트워크·프린터·이미지시장·정보가전시장 등 8개 사업군으로 나눠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 현재 ARM이 자랑하는 저전력·저가격·고성능의 핵심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

 셋째, 원천기술을 처음부터 공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장형 핵심 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한 회사는 많으나 모두 자체 라이선스를 유지,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러나 ARM은 자사 IP를 협력업체 네트워크에 공급해 협력업체들이 저렴하고 전력소모가 적은 ARM의 설계를 이용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주변장치, SoC 솔루션 등을 개발해 제조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ARM은 협력업체간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ARM의 핵심설계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업체, 디자인컨설팅업체, 개발툴업체간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ARM은 협력업체들만 100여개가 넘으며 이는 후발업체들이 쉽게 추격할 수 없는 자산이 됐다.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은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반도체 IP의 재활용이 가능해야 한국도 SoC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SoC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IP 유통체계와 시스템·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와의 다양한 협력체계를 갖추고 정확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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