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인터넷 운영에 필요한 주요 솔루션은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반 기술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는 제외하더라도 보안 분야만큼은 국산 기술이 주도해야 합니다. 보안은 안전한 인터넷 사용의 관건입니다. 남에게 곳간 열쇠를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장은 국내 정보보호 기술 연구의 첨병을 자임하고 나섰다. 정보보호대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 교수는 두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뿐 아니라 강의까지 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임 교수는 국내 정보보호 기술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밤잠을 줄이더라도 상관없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칭키 암호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에 올라있지만 PKI, 그 중에서도 무선PKI 분야는 선진국과 격차가 있었습니다. 응용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원천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죠. 우리는 이 분야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ECC를 이용한 PKI 시스템입니다.”
‘ECC를 이용한 PKI 시스템’은 최고의 무선인터넷 보안 기술이다.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암호를 해독하는 데 수백만년이 걸릴 정도로 데이터 유출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1초 내외에 키 생성과 인증이 이뤄져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인정받는다.
“대학 연구소의 연구 성과는 자칫 상용화와 무관한 아카데미즘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IT 분야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상품성이 없다면 가치가 없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실제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결제 시스템에 적용돼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개발을 위해 인력 구성의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수와 석박사 연구 인력 이외에 현장에서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에게도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상용화 여부를 개발 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다.
ECC를 이용한 PKI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기술에 관한 논문은 미국의 크립토, 아시아 지역의 아시아크립토와 함께 세계 3대 암호 학술대회인 유로크립토에서 발표됐다. 지난달초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로크립토 2002에서는 고려대 정보보호센터 소속 이상진 교수가 참가했다.
“목표는 세계 5대 암호 연구소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대학 내 지원도 충분하며 구성원들의 열의도 높습니다. 산학 협동이 보다 유기적으로 이뤄지면 5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국내 보안업체 수는 세계 보안업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보안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반면 보안산업의 기반 기술은 아직 취약하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센터가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주춧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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