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투자 수정` 어떻게 할까

 삼성전자가 반도체 추가투자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투자를 자제해 온 플래시메모리와 시스템LSI 등에서 공급부족 현상을 빚는 등 발등의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은 D램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하면서 여타 품목을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인 데다 기존 생산라인들과 상호 연계돼 있어 종합적인 밑그림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여타부문에 대한 투자계획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비D램 부문에 대한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300㎜ 웨이퍼 등 추가투자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추가투자 왜 필요한가=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법은 미세회로공정기술 개발과 신규 반도체 일관생산공장(fab)을 짓는 방법 두가지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기도 기흥과 화성, 미국 오스틴에 총 11개의 반도체일관생산공장을 갖고 있고 반도체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가동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신 시스템LSI 공정을 갖고 있는 4, 5라인은 일부 공정에서 이미 쇼티지가 났고 플래시메모리와 S램을 생산하고 있는 6, 7라인도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초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부문에 1조7900억원을 들여 현재 0.15㎛(메모리), 0.18㎛(시스템LSI)인 주력 공정을 올해 말까지 각각 0.13㎛과 0.13∼0.15㎛으로 낮춘다고 설명했다. 이 계획은 라인증설이 아니라 기존 라인 업그레이드를 통한 미세회로 공정 확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미세공정 확보만으로는 부족한 생산량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여기저기서 도출됐다. 또 지난 몇 년간 추가투자를 중단해 온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도 결정해야될 때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양공장과 12라인 어떻게 될까=삼성전자의 추가투자 중심에는 단연 온양 비메모리 전용공장과 화성 12라인이 있다. 일단 온양공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전용공장으로 추진하다 중단했던 것. 현재 약 1000억원이 투입돼 외관만 완성된 상태다. 규모는 200㎜ 기준으로 월 3∼4만장이 가능하다.

 300㎜ 전용라인으로 계획된 12라인은 300㎜ 웨이퍼 월 3만장 이상 가공할 수 있도록 기존 라인과는 다르게 가로폭·세로폭을 대폭 늘려 부지를 조성해 두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들 두 공장을 건설하려면 적어도 4조원대 이상의 투자를 투입하는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온양공장의 경우 비메모리 부문에서 200㎜ 웨이퍼 월 3만장을 단독으로 가동하기에는 벅차 메모리 부문이나 외부 생산대행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12라인 역시 300㎜ 공정이 초기 투자비용이나 원가부담이 큰 만큼 시기를 잘 조율하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이같은 고민을 해결할 방안을 빠른 시일내 찾지 않으면 공급부족과 시장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1라인 확대와 추가 공장 설립 병행 유력시=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일단 삼성전자가 부족한 생산량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 D램 라인을 여타 품목으로 전환하고 미세공정의 수율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 새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간의 해결책은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한 5551억원 이외에 추가 투자를 통해 11라인에 연말까지 200㎜ 2만장, 300㎜ 1만장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12라인과 온양공장에 대한 투자도 3분기초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래야만 올해 30% 이상 증가할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시장과 LCD 폭등세에 힘입어 수요가 달리는 LDI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올해 6%, 내년에 20%, 오는 2004년 20%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D램시장의 회복세에 리딩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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