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쟁점>(4)패치

패치 심의는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등급분류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 가장 거부감을 가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인 자유로운 업그레이드(내용확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출시와 함께 게임내용이나 완성도가 거의 결정되는 PC 및 비디오 콘솔게임과 달리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온라인 게임은 성장한다.

 특히 처음 공개되는 신작의 경우 보완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일주일에 많게는 5∼10회 이상의 패치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비스를 한참 진행한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유저를 창출하기 위해 수시로 패치파일을 배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로서는 모든 패치에 대해 심의를 받으라는 것은 게임을 더이상 개발하지 말라는 말과도 똑같이 들렸다.

 하지만 패치와 관련된 기준은 논란이 거듭되면서 다소 완화되고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최근 공청회에서 패치의 경우 등급분류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융통성을 있게 시행할 뜻를 밝혔기 때문이다. 영등위의 최근 방침은 버그수정이나 밸런싱 조정 등 사소한 패치의 경우 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한편 그래픽이나 시나리오 등 게임의 내용이 크게 바뀌는 경우에는 등급분류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업계도 이같은 방침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제는 ‘심의대상 구분’에 대해 총론은 합의하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우선 심의대상에 포함되는 그래픽이나 시나리오 패치의 경우에도 무조건 심의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패치가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에는 등급분류를 받는다 하더라도 아주 간단한 수정의 경우에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기준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이나 시나리오 수정의 경우에도 패치가 등급변동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심의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이다. 예컨대 캐릭터가 옷을 벗는 누드패치는 반드시 심의하더라도 캐릭터 복장이 양복에서 한복으로 바뀌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세밀한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심의기간이나 비용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수시로 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업체로서는 패치 심의에 일주일 이상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것은 사실 엄청난 부담이다. 또 매번 패치 심의를 받을 때마다 심의료를 부담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발빠른 패치보다는 여러개의 패치를 한데모아 심의를 받고 배포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날 수도 있다. 양질의 게임서비스를 보다 빠른 시간에 받고 싶은 유저들로서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패치심의의 경우 최대한 업계 자율성을 많이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고제와 심의제를 병행하자는 말이다. 일차적으로 업계가 달라진 패치에 대해 먼저 판단하고 문제가 있을시 자진 심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업체들이 최대한 양심적인 자율심의를 펼쳐야 하고 위반시 강력한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영등위 역시 사후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해 느슨한 자율심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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