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터넷 벤처들에게 윤여걸(33)이란 이름은 너무나 친근하다. 벤처신화의 상징 혹은 키워드로 통하기 때문이다. 일반명사화했다고 하는 게 적절하다.
그는 지난 2000년 1월 가격비교검색엔진 개발업체인 마이사이몬(MySimon)을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미디어 씨넷(Cnet)에 매각, 인터넷 벤처업계를 놀라게 했다. 매각대금은 자그마치 7억달러. 아무리 벤처가 금값이던 때라지만 사상 초유의 가격에 웬 만한 이들은 혀를 내둘렀던 것.
당시의 충격이 잊혀져갈 즈음, 윤여걸이란 이름은 다시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된다. 거품이 꺼질 대로 꺼진 2002년, 보란 듯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는 마이사이몬 매각 전에 창업했던 웹 검색엔진업체 와이즈넛(WiseNut)을 지난 3월 미국의 룩스마트(LookSmart)라는 검색엔진 업체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매각협상 당시 2달러24센트에 불과했던 룩스마트 주가는 와이즈넛 인수 후 4달러에 육박하며 주가총액도 925만달러에서 1600만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마이사이몬을 매각할 때는 인터넷 거품이 시장을 뒤덮었던 때니까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폄하되기 알맞았죠. 사실 제가 생각해도 사업이 이렇게 쉬운가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와이즈넛은 달랐습니다. 9·11 테러 후에 투자열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거든요. 경영의 최우선은 투자자보호라고 판단했죠.”
와이즈넛 매각 후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와이즈넛 주식 중 80% 가량을 한국의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배분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돈에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업의 생명은 신뢰라는 믿음 때문이다. 회사 팔아치우는 데 재미붙인 사업가로 여겨지고 싶지 않은, 진정한 벤처기업가로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도 그의 이런 행보를 거들었다.
“제가 기막힌 수완가이자 사업의 천재일 거라고 믿는 분들이 있더군요. 회사 팔아치우는 귀재라는 거죠. 하지만 저의 꿈은 창업한 회사를 스스로 키워서 나스닥에 직접 상장하는 겁니다. 포천 500대 기업에 꼽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죠.”
그는 요즘 자신이 마지막으로 창업했던 벤처기업 코리아와이즈넛 사무실에 출근한다. 미국에서 벌이게 될 또다른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친구들 몇몇과 공동창업할 계획이라는데 벌써부터 이를 감지한 투자자들이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최고의 타율을 자랑하는 벤처기업가에게 투자자들의 입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너무 검색엔진 분야에만 치중해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어요. 앞으로는 모바일 등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릴 생각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항간에 퍼진 교포 2세라는 소문을 바로잡아줬다. 윤여걸씨는 장충초등·배명중·성동고·종로학원을 거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순 토종한국인이다. 미국 스탠퍼드에서 공부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으며 교포와 결혼했지만 아직 영주권도 없다.
<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9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
10
[ET톡] 지역 중소기업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