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모니터용 등 중대형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위세에 눌려 3위국으로 전략한 일본이 TFT LCD용 핵심소재를 무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액정·형광체·컬러필터·PMMA(아크릴 원재료) 등 TFT LCD용 핵심소재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이 최근 한국과 대만의 TFT LCD 및 주요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물량을 조절하고 공급가 압박을 가하는 등 점차 이를 무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핵심소재를 활용, 한국과 대만 두 나라의 TFT LCD 업체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일본이 TFT LCD 분야에서 ‘최후의 보루’로 간주하고 있는 TV용 차세대 대형 TFT LCD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TFT LCD 공급부족의 주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백라이트유닛(BLU)용 냉음극형광램프(CCFL)의 경우 일본 해리슨도시바라이팅(HTL)이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핵심소재인 글라스(NEG)·형광체(니치야) 등은 일본이 거의 독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호전기·우리ETI·크린크리에티브 등 국내 CCFL업체들이 안정적인 공급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핵심소재의 불안정한 수급구조가 CCFL·BLU·LCD모듈 등 후방산업에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며 TFT LCD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TFT LCD의 핵심소재인 액정 역시 산요·DTI·NEC·소니 등 일본의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이 세계시장을 고루 나눠 갖고 있으며, TFT LCD 도광판의 원자재인 PMMA도 일본 미쓰비시레이온과 아사히카세이가 양분, 국내 TFT LCD 업체들의 설비증설과 공급확대가 일본 소재업체들에 의해 좌우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만의 TFT LCD 및 관련 부품업체들은 최근 장기적으로 일본으로부터 핵심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해 경쟁국인 한국 업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TFT LCD 등 전방산업에서 세계를 완전히 제패했다고는 하나 핵심부품이나 소재 등 후방산업으로 내려가면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만약 핵심소재를 무기화한다면 일본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대만보다는 한국이 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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