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전반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만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 반도체 장비 시장의 3월 수주대출하비(BB율)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을 넘어서 출하보다 주문이 더 많아졌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설비 투자를 재개하는 등 올해 자본 지출 계획을 크게 늘려잡고 있다.
세계 최대의 TSMC는 1분기 매출이 1억8820만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46%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암코에 이어 세계 2위의 후공정 업체인 어드밴스트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ASE)은 1분기 순손실이 660만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D램 업체인 윈본드일렉트로닉스는 1분기에 순익 420만달러를 올려 흑자 반전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TSMC의 수석 부사장인 하베이 창은 “TSMC의 판매와 순익 실적은 전통적인 최대 비수기인 1분기에 거둔 성과”라며 “2분기에는 매출과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노무라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릭 슈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TSMC와 UMC의 평균판매 단가가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5∼1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북미지역의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들의 3월 주문액과 출하액이 각각 8억3880만달러와 8억810만달러에 달해 BB율이 16개월만에 처음으로 1.0을 넘는 1.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전공정(웨이퍼 프로세싱)과 후공정(칩 조립 및 검사) 업체들의 BB율이 각각 0.97과 1.41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전후공정의 BB율은 각각 0.85와 1.18이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장이 회복 초기 단계에 있다”며 “4월의 북미 장비 시장은 주문과 출하가 각각 8억8000만달러와 8억3500만달러를 형성, BB율이 1.0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겸 COO는 그동안 몇차례 공사가 지연됐던 아일랜드의 300㎜ 웨이퍼 팹인 ‘Fab24’의 건설 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에서 단일 건축물로는 최대 프로젝트인 Fab24는 처음으로 90㎚ 공정기술에 기반을 둔 팹으로 20억달러의 거금이 투입된다. 이 팹은 100만제곱피트의 면적에 16만제곱피트의 청정실을 갖추고 300㎜ 웨이퍼를 처리하게 된다.
이에 앞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들은 더욱 과감한 자본 지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TSMC는 올해 자본지출을 당초보다 10억달러 늘린 25억7000만달러로 잡았으며 채터드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CSM)도 자본 지출을 4억∼5억달러로 늘려잡았으며 내년 3분기부터 300㎜ 팹 건설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인피니온은 올해 2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으로 내년에 0.11미크론 공정 기술로 월 2만장의 웨이퍼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업계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128MB D램 현물가도 지난 3월 4.35달러를 기점으로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 3분기 3.5∼3.6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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