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소프트웨어(SW)업계에 전문 마케터 출신 최고경영자(CEO) 바람이 분다.”
최근 들어 국내시장에 진출한 외국 SW업체들이 연이어 기업 마케팅 전문가들을 사내발탁 및 외부영입을 통해 회사의 사령탑으로 선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마케팅통이 CEO로 영입되는 사례는 외국계 기업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황=이달초 한국CA는 토비 와이스 사장의 후임으로 지일상 전 마케팅 이사(38)를 신임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지일상 신임사장은 제일기획을 거쳐 지난 98년부터 CA에서 마케팅분야에서 요직을 수행, 불과 입사 3년 만에 ‘CA 한국호’를 이끄는 선장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쾌속승진은 일본 현지법인의 마케팅업무까지 수행하면서 CA의 인지도 제고와 비즈니스 확대에 기여, 본사 차원의 신임이 두터운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 및 관리SW 전문업체인 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NA)코리아도 이달초 자사 앤티바이러스 제품인 맥아피의 사업을 총괄했던 문경일 전 이사(35)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문 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전공후 현지 은행에서 근무하다 지난 95년부터 4년여 동안 한국CA의 마케팅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영업부문을 총괄해온 IT전문 마케터로 지난해12월부터 NA에 몸을 담아왔다.
또 지난 2000년부터 통합보안 솔루션업체인 시만텍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최원식 사장(38)도 오프라인 업체를 두루 거친 전문 마케팅통이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해외사업본부를 거쳐 한국코카콜라에서 전략 마케팅을 수행했다. 97년부터 시만텍의 마케팅을 담당해오다 CEO로 올라서 현재도 시만텍의 마케팅 및 채널영업 매니저로 맹활약중이다.
◇배경과 전망=일반적으로 영업 출신이 CEO의 주류를 이뤄왔던 외산 SW업계에 마케팅통이 대표로 올라서는 경우는 흔치 않아 해당 업체의 향후 전략 및 성과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매우 높다. 아직은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은 상당히 고무된 반응이다.
이처럼 마케팅통이 CEO로 등극하는 데는 그간 국내 SW시장에서 외산업체간 경쟁이 과점양상을 보여 영업활동에만 주력하면 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동종 및 유사 외산업체는 물론 국산업체들과도 치열한 시장경쟁이 요구됨에 따라 제품 영업외에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기업 및 제품의 인지도 제고와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이들의 역할론이 힘을 얻고 있는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케팅 출신 CEO의 강점은 급하게 실적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영업통의 경영스타일과 달리 국내외 시장 및 경쟁업체의 전략과 동향 등에 대한 폭넓은 시각에 입각한 기업경영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 및 목표시장에 대한 설정(포지셔닝)과 프로모션 등에 있어 효과적인 제품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터 CEO의 영입으로 당분간 SW시장에서는 기업 및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 제품 및 채널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이를 위한 치열한 홍보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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