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isjung@mm.ewha.ac.kr
대학 및 기업 교육에서 인터넷 기반의 이러닝(e-learning)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370여 개 대학 중 150개 이상이 이러닝을 기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또 60여 개 이상의 기업들과 500여 개 이상의 이러닝 회사들이 자체 직원이나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러닝을 실시하고 있다는 통계가 작년에 발표된 바 있다. 올해 교육시장에서 이러닝의 규모는 5조원을 육박할 것이고, 2005년에는 그 3배인 1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이러닝의 양적 발전 뒤에는 크게 세 가지 이상적 믿음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이러닝이 수동적 교육을 능동적 교육으로 바꾸어주며, 교육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특히 대학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이러닝이 시공간을 초월한 상호 작용적 환경과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혹은 협력적 환경을 제공하여 교육의 질을 높여준다는 생각에서 이러닝을 확대해 왔다.
둘째는 이러닝이 다른 교육 형태에 비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며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기업은 물론 대학에서도 이러닝을 통해 교육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새로운 교육 수요를 확대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이러닝에 투자를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이러닝이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그동안 배움의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쉽사리 배울 수 있게 해준다는 믿음이다.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을 가진 사람, 오지에 살거나 많이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 학습 속도가 느려 학교 적응이 어려운 사람 등에게도 이러닝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는 기대가 그 양적 발전에 기여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닝의 현실은 위와 같은 이상적 믿음이 이루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첫번째 믿음에 대하여, 인터넷 기반의 이러닝이 기존 교육 형태에 비하여 더 우수하다는 일관된 결과는 나와 있지 않아 이러닝 자체가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주장은 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즉, 인터넷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사용한 것만으로 양질의 교육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교수 설계 전략을 이용하여 제대로 만들고 운영해야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닝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이러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과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 현실로부터 우리가 얻고 있는 교훈이다.
두번째 믿음에 대하여, 이러닝을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관에서 이러닝의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은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것은 하이테크를 사용하는 이러닝의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비용과 하이테크를 제공하기 위한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몇몇 대학과 기업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이러닝 개발과 운영 방식에 따라 비용 효율적으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 볼 수 있다. 이러닝 성공 전략 중의 하나는 대학과 기업간 다양한 파트너십 형성일 것이다. 투자의 위험을 분담하면서 전문 영역의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할 수 있다. 특성화된 영역에서 다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수의 이러닝 과정을 운영하는 것 또한 성공 전략으로 꼽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닝이 교육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는 이상은 정책적, 제도적인 뒷받침과 고려 없이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닝이 직업을 가진 성인학습자들에게 새로운 평생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러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융통성 있고 개방적인 정책과 제도 도입 없이는 이러닝은 그저 하나의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닝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이러닝 전문가들이 많아져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고, 기관간에 다양한 협력 관계가 개발되고 정책과 제도가 다듬어지면서 차차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닝의 궁극적 이상 실현을 위한 대학,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상호 노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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