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노키아 본사를 방문하면 핀란드와 유럽연합(EU)은 물론 싱가포르·브라질·일본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나 LG그룹 본사에는 한국 사람뿐이지요. 이래선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전세계 IT업계 마당발로 통하는 프랑스 IT컨설팅회사 다사르(DASAR)의 앨릭스 뷰 회장(45·CEO)의 충고다. 뷰 회장은 프랑스 명문 소르본(법률)과 미국 스탠퍼드대학(MBA)을 졸업하고 르몽드지 기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 90년부터 IT분야 최고 명사들의 모임인 ETRE(European Technology Roundtable Exhibition) 포럼을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또 최근 ‘아시아판 ETRE’에 해당하는 ATRE(Asian Technology Roundtable Exhibition)포럼을 창설했다. 오는 5월 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최초의 ATRE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막바지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는 뷰 회장을 약 1시간 동안 만났다.
―ATRE 한국 개최의 의의는 무엇인가.
▲세계적인 IT기업 CEO만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들이 함께 모이면 자연스럽게 전세계 IT기술에 대해 토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까지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준비는 잘 돼 가는가.
▲기대 이상이다. 우선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행사에 해외 IT CEO들이 100여명이나 참석한다. 한국에서 CEO로 참가자격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200명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들 참석자 모두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인당 1500달러라는 적지 않은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보다.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최신 IT정보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를 소개해달라.
▲우선 주제발표자로 나서는 커머스원의 데니스 존스 사장은 전자상거래 기술의 발전방향은 물론 관련업계의 내부사정까지 꿰뚫고 있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또 세계적인 벤처투자금융회사인 칼라힐 토니 젠스 사장과 3i의 제인 그로퍼드 사장 등도 각각 최근 미국과 유럽의 벤처투자업계 최근 현황과 이들로부터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노하우 등에 대해 속시원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세계 IT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많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견해를 들려달라.
▲작년은 전세계 IT기업에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다. 그러나 늦어도 올 하반기부턴 IT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기업간 인수·합병(M&A) 작업이 거의 끝났다. 이를 극복한 기업은 앞으로 더욱 튼튼한 기업이 될 것이다. 또 최근 컴퓨터 수요가 증가하고 신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IT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또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는가.
▲IBM은 다양한 사업군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상승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위기를 잘 넘겼다. 삼성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IT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연성을 갖추고 변화에 즉시 대처해야 한다. 제품의 사이클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한국의 IT CEO들을 평가한다면.
▲우선 한국의 IT CEO들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상황대처가 민첩하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반대로 세계적 안목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기술지향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이들은 제품만 잘 만들면 판매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영자가 이끄는 회사에서는 마케팅의 개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오랫동안 전세계 기업들의 경영을 자문하면서 기술보다 마케팅이 훨씬 더 중요한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봤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싶다.
―장차 한국 IT업체에 유망한 분야를 든다면.
▲10년 후 한국은 더 이상 반도체 또는 휴대폰 수출국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국이 돼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의 게임산업도 굉장히 전망이 좋다고 본다. e비즈니스 솔루션, 웹서비스 등도 유망할 것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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