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정부행정 및 공공기관이 백신을 사용하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아 사실상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신업체가 공공기관 등에 백신을 설치할 때 1년후 재개약하기로 계약서상에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들은 재계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실제로 재계약하지 않은 채 무료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백신은 다른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연간 50회 이상 엔진을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부과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정통부가 지난해말 발표한 ‘2002년 소프트웨어 수요예보’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인 34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백신 구매 예산을 편성한 곳은 52.9%인 18곳에 불과했다. 예산을 잡아놓은 기관도 대부분 신규구매용 예산일 뿐이며 재계약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은 산림청과 해양수산부, 헌법재판소 등 3개 기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재계약 의지도 크게 낮다. 조사대상 240개 기관 중 백신 예산을 잡아놓은 곳은 70% 정도인 171곳에 이르지만 재계약 예산을 편성한 경우는 25개 기관에 그치고 있다.
백신 재계약에 대한 인식부족은 교육기관도 마찬가지다. 181개 교육청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64개 교육청(35.4%)만이 백신 예산을 편성했으며 대학교는 275곳 중 약 절반인 137곳(49.8%)이 백신 구입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다.
백신업계에서도 일반 기업의 50% 이상이 재계약을 하고 있는데 비해 공공기관의 재계약률은 30%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신 재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중앙행정기관의 한 소프트웨어 구매 담당자는 “전산관련 예산중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신규구매도 아닌 재계약 예산을 따내기란 매우 어렵다”며 “백신 업체간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무료 사용을 끌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철수연구소의 고광수 공공교육영업팀장은 이에 대해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일단 무료로 제품을 사용하고 이듬해에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서 올바른 소프트웨어 사용에 앞장서야 정보화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의 재계약 비율은 30% 정도이며 올해 40%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02년 공공기관 백신 구매 예산편성 현황
조사 기관 수 백신 예산편성 기관 수 예산편성 비율
중앙행정기관 34 18 52.9%
지방자치단체 240 171 71.3%
시도 교육청 181 64 35.4%
대학교 275 137 49.8%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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