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J씨(22). 그는 요즘 모바일 콘텐츠 세상에 푹 빠져 있다.
등교길에서 하루의 운을 점쳐보는 모바일 운세서비스에 접속하는 건 이젠 하나의 일상이다. 버스가 막히면 오늘의 유머를 뒤져보는 일도 다반사다. 가끔 연예가 뉴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약속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도 모바일 게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은 손동작이 빨라져 휴대폰으로 채팅도 즐긴다. 돼지꿈이라도 꾸는 날엔 과감하게 모바일 복권을 긁어댄다. 최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모바일 주식정보도 심심찮게 검색한다. 달리는 지하철에서 영화티켓이나 부산행 비행기를 예매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모바일 콘텐츠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양이나 질에서 유선 콘텐츠를 바짝 추격하면서 휴대폰이 마치 컴퓨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추세면 모 회사 광고에 등장한 ‘TV님 죄송합니다’ ‘신문님 죄송합니다’라는 카피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머지않아 ‘컴퓨터님 죄송합니다’라는 얘기까지 나올 법하다.
이처럼 모바일 콘텐츠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무선인터넷망과 휴대폰 단말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모바일 콘텐츠의 양이 늘고 질이 향상되면서 콘텐츠 자체가 ‘모티즌’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 3사가 제공중인 모바일 콘텐츠는 총 2000여종에 달한다. 여기에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비롯해 캐릭터, 벨소리, 증권·금융, 뉴스, 스포츠, 여행, 교통, 쇼핑, 성인 등 유선인터넷에서 제공되고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CP)도 게임만 300여개에 달하는 등 1000여개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동통신 3사는 올해를 ‘모바일 콘텐츠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분야별 콘텐츠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텔레콤은 게임 등 ‘킬러 콘텐츠’를 크게 10개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별 세부 메뉴를 다시 60여개로 나눠 매달 수백종의 콘텐츠를 업데이트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KTF는 ‘매직엔’과 ‘매직엔 멀티팩’ 등 2가지 서비스를 차별화, 서비스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보강할 계획이며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킬러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올해 데이터사업 매출을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어난 3000억원대로 끌어 올린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통신 3사의 모바일 콘텐츠 확충전략이 활기를 띠면 국내 모바일 데이터사업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은 올해 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현재 무선인터넷 가입자가 2300만명을 넘어선 것을 감안할 때 모바일 콘텐츠 수요는 일단 궤도에 올라서면 폭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의 폭을 얼마나 넓히고 콘텐츠의 질을 얼마나 업그레이드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게임·벨소리·캐릭터 등의 모바일 콘텐츠는 일반화된 상태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면 한번쯤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다. 게임의 경우 ‘마니아’가 탄생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도 많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들은 아직 소수의 고객만이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아직 영역별 모바일 콘텐츠의 양이 유선 콘텐츠에 비해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휴대폰 단말기가 소화할 수 있는 데이터량의 한계가 분명한데다 불안정한 무선인터넷망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cdma2000 등 고사양 단말기가 보급되고 cdma2000 1x 전국망이 속속 구축되면서 여건은 호전될 대로 호전됐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느냐에 따라 ‘모바일 콘텐츠의 대중화’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이미 게임의 경우 PC게임 수준에 버금가는 그래픽과 인공지능을 갖춘 대작이 속속 탄생하는가 하면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한 게임도 서비스되고 있다. 수백만원의 제작비를 들인 모바일 게임 콘텐츠 하나가 2억원이 넘는 누적매출을 기록하는 ‘대박 신화’도 심심찮게 탄생하고 있다.
또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휴대폰으로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도 탄생, 통신과 방송의 융합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휴대폰용 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 PDA용 콘텐츠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PDA단말기 보급률이 미흡해 휴대폰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지 않지만 양질의 모바일 콘텐츠가 늘어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통신 3사는 휴대폰, PDA, PC가 연동되는 유무선통합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 PDA용 콘텐츠의 대약진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콘텐츠의 확산을 가로막는 콘텐츠 외적 요인도 많다.
모바일 콘텐츠 사업의 경우 이동통신 3사 중심의 폐쇄적인 정책은 특히 문제다. CP의 경우 이들이 정책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업계의 생사가 갈린다. 지난해 초로 예정됐던 게임 유료화가 10월 이후로 미뤄지면서 게임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내몰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통신요금이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무선 콘텐츠의 대중화가 더딘 첫번째 요인으로 비싼 통신요금을 꼽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이밖에 CP가 난립하면서 수준 이하의 콘텐츠로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는 사례는 자칫 업계를 공멸의 길로 몰고 갈 소지도 있다.
모바일 게임협회 송병준 회장은 “모바일 콘텐츠는 유선 콘텐츠에 비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받아 훨씬 경쟁력이 있다”며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외적 걸림돌을 최소화한다면 유선 콘텐츠가 삶의 패턴을 바꾸었듯이 모바일 콘텐츠도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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