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인 데브피아 사장
전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소프트웨어(SW)가 중심인 인터넷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SW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SW산업은 ‘불법복제’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쳐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한 업체는 인터넷에 자사 게임을 게시해 10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 기업은 네티즌들의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많은 돈을 투자해 더욱 향상된 기능의 게임을 개발했고 인터넷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한 만큼 호응이 계속될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와레즈 사이트에 불법복제품이 나돌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결국 1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던 이 회사는 정작 정품은 1000여카피 정도 판매하는데 그쳤으며, 회사는 개발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유망한 게임SW기업이 불법복제로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하나의 SW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SW라 할지라도 이것이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복제된다면 개발자들의 개발의지가 꺾이는 것은 물론 더 이상의 투자는 기대할 수 없게 돼 결국 산업 자체의 존폐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SW 불법복제는 단순한 절도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IT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가능성마저 무너뜨리는 파괴행위다. SW는 컴퓨터를 살 때 당연히 탑재되는 공짜 CD가 아니다. SW산업의 발전은 사용자들이 갖는 대가 지불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정비례한다. 주머니속 돈의 가치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SW를 중요한 재산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SW산업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품 SW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누구나 SW산업 발전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인터넷만 잘 뒤져도 공짜로 구할 수 있는데 왜 사냐” “공 CD로 구우면 그만이지”라는 등의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막상 정품사용에 대한 인식은 삼류로 평가받고 있다는 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SW 불법복제율은 50%를 넘고 그 피해액도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단속 덕분에 불법복제율이 줄어들었고 올해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SW 개발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많은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이 자신들이 애써 만든 SW를 불법으로 복제해 사용하는 기업들 때문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 중에서는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꾸는 유망한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SW시장에서의 성공을 꿈꿔왔지만 결국 시장 전반에 만연한 불법복제로 인해 제대로 기지개 한번 펴지 못하고 무너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SW CD 한장이 디지털 세상으로 불리는 새로운 첨단기술을 가능하게 했으며, IT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꿈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SW산업의 발전을 고민하고, 불법복제의 심각성을 논하는 것은 단순히 이 산업의 성장을 통한 부의 증대라는 점을 넘어 인류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자사의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복제 제품을 계속 사용한다면, 이는 SW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IT시장 전반의 발전에 큰 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이루기 위해서는 마땅히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SW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개발자들의 땀과 수고가 녹아든 결정체다. 기업들이 SW 개발자들의 노고와 수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복제에 매달린다면 우리나라 IT분야의 선진화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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