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계열의 7개 케이블TV방송국(SO)을 인수함으로써 MSO로 부상한 현대백화점의 첫번째 경영권 행사가 케이블TV업계 내에 반(反)현대 움직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략사업인 현대홈쇼핑사업과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지난주 대호 계열 7개 SO를 인수함으로써 케이블TV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문제는 M&A 후속의 경영권 장악과정에서 나온 인사 조치가 케이블TV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25일 대부분의 산하 SO 대표이사들로부터 일괄사표를 제출받았는데 이중에 SO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유재홍 서초케이블TV 사장이 포함되면서 비롯됐다.
현대측에 사직서를 제출한 유 회장은 2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세미나에 앞서 SO협의회 이사회의에서 협의회장직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주요 케이블TV SO사장단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격양된 반응을 나타낸 것.
이날 모임에서 SO협의회 내의 일부 임원들은 협의회장직 유고를 불러올 수도 있는 현대측의 인사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며 “LG홈쇼핑과 CJ39쇼핑과 경합관계인 현대홈쇼핑채널에 패널티를 줘야한다”는 강한 불만까지도 쏟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멤버들은 이날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측에 유 회장 인사내용의 유보를 구두요청하는 한편 26일에는 주요임원들이 별도 모임을 가지기까지 했다.
SO사장단이 현대백화점의 인사내용을 문제삼은 것은 유재홍 서초케이블TV 사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SO협의회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많은 일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문이다.
25일의 SO협의회 이사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 PP와의 협상, 약관승인신청, 위성방송과의 관계, 디지털케이블TV 투자 등 중차대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 회장의 공백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협의회 임원들이 논의했으며 이가운데 현대측에 대한 강한 불만도 제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측에 “케이블TV업계의 입장에서 향후 1년 동안이 매우 중요한 상황인데 이를 진두지휘해왔던 협의회장을 현대백화점측이 자신들의 경영권 사항일 뿐이라며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SO사장단들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미 오리건대 신문방송학 박사를 거쳐 방송광고공사 책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 94년부터 서초케이블TV에 몸담아왔다.
유 회장은 특히 케이블TV 초창기부터 활동해오면서 정부·국회·방송계 등에서 전문가로 자리잡아왔으며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업계내에서도 신망을 발판으로 통일된 의견을 잡음없이 조율해왔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26일 이뤄진 SO협의회 주요 임원모임에서는 유 회장의 사의표명에 따라 나타난 SO협의회 공백문제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에 재고를 촉구하는 한편으로 공백이 기정사실화할 경우 다음달 초 임시총회를 소집, 새로운 집행부 구성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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