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호 포스닥 대표 netclaus@posdaq.co.kr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니 과오 하나를 고백해야겠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즈음이었을까. 뒷산에 올라 불장난을 하다 어른들에게 들켜 혼쭐이 난 일이 있다. 국사 시간에 배운 ‘봉화’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저지른 일이었다. 자칫 큰 불로 번졌을 수 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사건이지만, 어쨌든 불길을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사람 눈에 띄었으니 봉화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봉화란 성 주변을 정찰해 비상사태를 알리는 통신 시설이었다. 높은 산 위에 올라가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을 피웠는데 이리나 늑대의 똥은 빗물에 젖어도 잘 타서 봉돈에는 항상 이 재료를 준비했었다. 호우나 태풍, 산불 같은 자연 재해부터 전쟁 등 국가적 비상사태의 대처를 위한 재난관리시스템의 시초였다.
지난 1일, 정부는 체계적이고 예측가능한 재난관리를 위해 전자정부 내에 비상연락시스템을 갖추고 재난단계별, 유형별 비상근무체제 확립으로 24시간 완벽한 상황관리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월드컵 등 국제행사에 대비한 안전환경을 조성하고 민관협동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등 올해를 ‘Safe Korea’ 구축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는 전국 6만3717개의 시설물 중심의 예방책으로 정작 중앙부처 및 지자체, 산하기관 자체의 재난관리체제는 과거의 봉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전자정부 구현이 전자민원, 전자조달 등의 ‘평상’시의 측면에만 집중됐다면 이제 ‘위기’ 발생시 빠르게 대처하고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 사상초유의 9·11테러 사태를 겪었던 미국이 건재한 이유는 이미 상시적인 국가비상망 체제를 완비하고 신속한 정보전달 및 복구, 그리고 국가재난에 대비하는 선진의식 때문 아니겠는가. 재난은 단 일초에 10년의 노력을 무너뜨린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백번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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