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어린아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병석에 누운 노모를 보살핀다. 또 잔디를 깎거나 청소 등 다른 가사를 돌본다. 이처럼 로봇이 사람의 일상사를 대신하고 거기에 감정까지 가지고 사람과 교감하려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까. 미국 아이디어랩사의 빌 그로스 회장은 “그런 날이 머지 않았다”며 “현재 PC가 갖고 있는 연산 능력을 고려할 때 친인간적 로봇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로스 회장은 미국 피닉스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각) 개최된 ‘데모 2002 전시회’에서 개인용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인 ‘이볼루션 로보틱스’ 출범을 선언하며 이러한 미래를 앞서 제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회사는 앞으로 로봇에 들어가는 각종 공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 다른 제조업체나 개발자들에게 라이선스를 해줄 계획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통해 PC시장을 지배했듯 로봇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이볼루션사의 계획대로라면 50∼5000달러대의 혁신적 로봇들이 올해안에 잇달아 등장할 전망이다.
로봇은 이미 공장·군사·구조 업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남캘리포니아 대학 로보틱스 연구소 설립자 조지 베키는 “앞으로 10년 후엔 로봇이 가정과 사회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작고 저렴한 고성능 컴퓨터 칩의 등장으로 정교한 사고 기능을 가진 로봇 개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성인식·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로봇도 선보일 것”이라며 “고급 무선 기술 덕택에 로봇과의 의사소통도 앞으로는 훨씬 쉬워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데모 2002’에서 선보인 로봇들은 이볼루션사의 개발 툴과 모듈로 만들어진 시제품(프로토타입) 로봇들로 책을 읽거나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면서 사람 말에 응답할 수 있게 제작됐다. 또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 사물들을 식별할 수도 있다.
그로스 회장은 “로봇이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미리 프로그램한 규칙에 따라 로봇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은 프로그램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스 회장은 앞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또 행동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로봇을 개발할 계획인데 이뿐 아니라 주인의 명령에 따랐을 때 기뻐하거나 어떤 문제를 만나면 난감해 하는 등 감정 표현도 가능한 로봇도 장차 선보일 생각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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