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네덜란드 KPN 감량경영 `칼바람`

  네덜란드의 다국적 통신기업 KPN이 대규모 해외자산 매각, 전체 직원의 13% 일시 해고, 관리직 직원의 봉급 10% 일률삭감, 후생복지기금 등 영업외 자금지출 대폭축소 등과 같이 유럽의 거대 통신기업으로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무자비한 감량경영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은 지난해 11월 KPN의 새로운 CEO로 취임한 애드 스킵바우어가 충격적인 감량경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킵바우어는 크루즈의 바텐더로 시작해 네덜란드 국영 우체국의 경영인을 거쳐 KPN의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 되고 있다.

 스킵바우어가 CEO에 취임해 첫번째로 시작한 업무는 유럽의 통신기업이라면 일상사처럼 돼 버린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뒤집어놓는 일이었다. KPN의 주력시장이라 할 수 있는 베네룩스 국가들과 독일의 보유자산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곧이어 그는 회사 구내식당에 300명의 최고경영진을 모아놓고 치른 신년하례식에서 “남에게 자기 일을 떠넘길 수 있는 기업 풍토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공언은 5300명의 직원을 일시에 해고하는 대규모 인사조치로 이어졌고, 그 이후 관리직 직원 봉급의 10% 일률삭감, 전체 직원봉급 2년간 완전동결, 직원용 후생복지기금 대폭삭감 등과 같은 무자비한 감량경영 방침이 선언됐다.

 새로운 CEO의 감량경영 선언으로 헤이그 본사 구내식당에 지급되던 직원들의 식대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네덜란드 프로축구 리그에 지급되던 연간 300만유로의 후원금도 지불이 동결됐다. 전직원에게 회사경비로 택시를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중간관리자급 이상 직원에게는 필요 이상의 회사경비를 지출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다.

 스킵바우어는 이런 조치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욱 심한 감량조치가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KPN의 주주들은 새 CEO의 지속적인 감량경영 방침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KPN의 주식을 34.6%나 소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50억유로에 달하는 KPN의 신규주식 발행을 측면지원함으로써 회사 경영정상화에 일조하는 한편 스킵바우어의 감량경영 조치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KPN의 부채가 시가총액의 4배에 달하는 등 회사경영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경영쇄신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무자비한 감량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무엇보다 KPN 노조는 “직원들을 너무 몰아칠 경우 새로운 CEO가 목표로 하는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 언론은 스킵바우어가 CEO에 취임하면서 1600만주의 스톡옵션을 요구해 챙긴 사실을 폭로하면서 회사 직원만을 상대로 감량경영을 강요하는 그의 이중성을 공격하고 있다.

 스킵바우어가 이 같은 비난을 모두 잠재우고 다시금 KPN의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지 비슷한 처지에 빠져 있는 유럽의 모든 통신업체가 그의 성패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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