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드소프트 심경주 사장 kjshim@wzsoft.com
전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게임기구가 있다. 바로 게임산업개발원(이하 게임개발원)이다. 게임을 미래의 국가기간 산업의 하나로 인식하고 국내에 산재한 산업역량을 발굴, 지원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기 위해 99년 2월에 설립돼 그동안 우수게임 사전 제작지원, 게임 인력양성, 해외 게임쇼 참관지원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을 해 왔다. 게임대국을 향한 역량집결의 중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일본·유럽은 물론이고 가까운 대만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국내 게임개발 기술이 어느덧 PC게임과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에 뒤지지 않는 자리를 확실히 차지하게 된 것은 국내 게임 관계자의 노력과 게임개발원의 지원정책 등에 기인한 바 크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게임산업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국내 PC게임 시장의 75% 이상을 외국 게임에 내준 것과 아직까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국산 PC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온라인게임이 세계 시장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PC게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 관리 노하우 부족과 해외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과 마케팅 전개 능력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실제로 게임개발과 수출의 현업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좀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우선 제작부문에서 우수게임 사전제작지원 제도를 운영할 때 우수한 게임이란 재미있고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게임, 다시 말해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임이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심사위원에 국내 굴지의 게임 퍼블리셔 관계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상업적 성공이라면 결국 그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만큼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 아카데미를 통한 인력양성에서도 장소·장비·커리큘럼·학생확보·학사운영 등 많은 부문을 고려해야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사진 확보다. 다시 말해서 아카데미의 예산 중 50% 이상을 국내외 우수 강사 초빙과 강사 인건비에 배정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게임개발원의 올해 최대 과제는 해외 마케팅 지원이라고 한다. 그동안 주로 해외 게임쇼 참관 지원이 주축이 돼 왔는데 이제는 게임이 해외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법무지원시스템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게임개발원에서는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기존의 관공서처럼 업체가 신청하고 개발원이 심사하는 방식보다는 특정한 기준요건을 공시하고 그 요건을 충족하면 즉각적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업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다년간 해외수출 계약을 해 본 경험에 의하면 해외거래처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완벽하게 해당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거친 후 초안을 보내는 데 반해 국내업체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급급해 결국 해외 게임회사의 의도대로 계약했다가 곤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개발원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게임전문 법률회사 및 회계감사 기관과 정식 계약을 한 후 국내 수출업체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게 한다면 수출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게임개발원의 지원은 불특정다수의 신생업체나 개별 타이틀 중 선정해 이뤄졌다.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는 검증된 업체와 가능성 있는 타이틀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시 말해 이제는 좀더 차별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방향으로 지원이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라이제이션 지원과 국제적 인적네트워크 구성도 그것의 일환이라고 믿어진다. 나아가 실제로 수출 전선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업체에 대해서는 자금과 업무 추진에서 차별적으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게임산업 지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가까운 미래에 세계 3대 게임대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게임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고 게임 소비대국에서 생산대국으로 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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