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오는 2006년까지 75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기로 한 ‘차세대 인터넷서버 개발’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여년간 컴퓨터개발사업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정통부와 산자부가 또다시 차세대서버 개발사업으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유사한 프로젝트를 두 부처가 또 다시 추진하는 이면에는 부처간 영역다툼과 산하기관을 의식해 선심성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산자부는 그동안 대형컴퓨터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며 정통부 역시 주전산기Ⅰ, Ⅱ, Ⅲ 개발사업과 중형서버개발사업 등을 벌여왔다.
◇어떤 프로젝트인가=이번에 정보통신부가 개발키로 한 ‘차세대 인터넷서버 개발’사업은 최대 1만여명을 대상으로 HDTV급 고품질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성능 인터넷서버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주전산기시스템과 중형컴퓨터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기술과 차세대시스템연결망 기술, 시스템소프트웨어 기술, 멀티미디어 미들웨어 기술, 네트워크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 대형시스템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인피니밴드와 네트워크스토리지 기술 등과 같은 독립적인 요소기술을 개발, 상품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올해 예산으로 144억원이 책정됐으며 단계적으로 오는 2006년까지 모두 744억원의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차이점은 있나=정통부에서 얘기하는 ‘차세대 인터넷서버’는 기존에 추진해온 주전산기서버와 중형서버사업과는 분명 다르다. 이번 차세대 인터넷서버는 기존 개발사업과는 달리 기업업무용 서버시장보다는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와 같은 생활서비스형 서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통합관리기술이나 차세대 인터넷 정합기술, 네트워킹 트래픽 제어기술, 시스템 연결망 기술, 스토리지 기술, 리눅스 운용체계 기술 등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산자부의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 개발’ 사업과의 관계다.지난해부터 개발에 들어간 이 사업은 ‘차세대 인터넷서버’의 시스템 연결망기술인 ‘인피니밴드’를 제외하고는 시스템기술이나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 멀티미디어 미들웨어 기술, 네트워크 스토리지 기술 등 최근 업계에서 발표되기 시작한 기술을 망라하고 있다. 이미 제1, 2, 3, 4 세부과제에 이같은 내용의 개발사업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두 사업 모두 세계수준의 컴퓨터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추후 상용화를 전제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응용분야 역시 사이버아파트서버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서버, e비즈니스서버, 웹서버, 콘텐츠서버 등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웹서버’를 ‘인터넷서버’로 바꿔 포장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반응=업계 반응은 한 마디로 냉담하다. 두 사업이 세계적 수준의 컴퓨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핵심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과거 처럼 부처간 사업영역 다툼을 위한 주도권 다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번에 개발키로 한 서버의 경우 이미 IBM·HP·후지쯔 등 기존 외국계 컴퓨터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웹서버시장을 포함한 범용 서버와도 일전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상당수 국내 조립 서버업체들이 이미 인텔의 화이트박스나 AMD의 프로세서를 이용한 서버를 개발하고 있어 민간업체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을 들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터넷서버 개발사업의 경우도 향후 컴퓨터기술 확보와 국가산업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되 중복투자 부분이 있다면 체계적인 연구개발시스템 구축을 위해 두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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