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아시아를 잇는 광통신망 업체인 글로벌 크로싱의 파산은 인터넷 붐에 편승해 최근 수년동안 통신망 구축에 과잉투자한데다 지나친 망 사용료 인하경쟁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크로싱의 자산은 224억달러, 부채 124억달러로 부채의 70% 이상이 대륙을 해저로 연결하는 광통신망 구축 관련 사업에 투입됐다.
지난 97년 창업된 글로벌크로싱은 27개국 220개 도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10만1000마일 이상의 대륙간 해저 광케이블망을 지난해 완공시켰었다. 그러나 75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구축한 이 광통신망은 인터넷 거품 붕괴와 세계적 경제침체 한파에다 경쟁사간의 망 과잉 구축으로 통신망 수요가 크게 기대에 못미쳐 회사 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주었다.
글로벌크로싱의 이 같은 어려움은 장거리 사업 부진에서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전문가들은 지역적으로 대역폭이 부족한 곳도 있으나 장거리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글로벌크로싱, 레벨3, 360네트웍스, 퀘스트, AT&T, 월드컴 등 망 사업자들이 앞다퉈 필요 이상의 네트워크 대역폭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는 당초 인터넷과 데이터 트래픽의 급성장세를 타고 장거리 대역폭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었다.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사의 데이비드 쿠퍼스타인은 “글로벌크로싱의 파산은 지나친 광통신망 건설이 빚어내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뉴저지주 통신 컨설팅회사인 이스턴매니지먼트그룹의 로버트 샌더스도도 “너무 앞서나가 과다한 네트워크가 구축됐다”고 진단했다. 대역폭이 수요를 초과해 과잉 구축된 대표적인 곳은 샌프란시스코∼뉴욕, 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 런던∼뉴욕, 홍콩∼샌프란시스코 구간이다.
샌더스는 “이 시장에서는 대역폭 용량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대역폭 중개 거래기업인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트엑스체인지에 따르면 런던에서 뉴욕까지 광통신 회선 용량의 한달간 임차비용이 1년 전 3만달러 이상에서 지금은 5000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크로싱의 안소니 크리스티 전략 및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장거리 통신사업에서 용량이 남아돈다는 지적에 대해 “남아도는 것은 지상 네트워크일 뿐”이라며 “글로벌크로싱의 주력사업인 해저망은 아직 통신 용량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버뮤다에 본사를 둔 글로벌크로싱은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현 경영진이 운영을 계속하게 된다. 미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의 경우 법원이 선임한 파산 관재인 대신 회사 경영진이 재산 매각을 관리하게 된다.
글로벌크로싱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홍콩의 허치슨왐포아와 싱가포르테크놀로지스도 현재 글로벌크로싱의 아시아 계열사인 아시아글로벌크로싱과 합작사를 설립해 글로벌크로싱의 해저 핵심 케이블망을 홍콩과 싱가포르의 음성과 데이터 네트워크로 확장해가고 있다.
아시아글로벌크로싱은 부채가 15억달러 가량에 달하지만 지난 28일(미국시각) 글로벌크로싱의 파산보호 신청에 합류하지 않았다.
글로벌크로싱은 허치슨왐포아와 싱가포르테크놀로지스 등 아시아 2개사가 회사 다수 지분을 획득하는 대가로 현금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글로벌크로싱의 방대한 광통신망은 계속 운영될 전망이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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