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나의 사이버25시’ 코너를 쉬고 인터넷 칼럼니스트 허두영씨의 ‘허두영의 철길 따라가는 인터넷여행’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물은 18세기에 등장한 철도가 산업혁명의 인프라였듯 20세기에 등장한 인터넷이 정보혁명의 인프라라는 전제 아래 철도시스템과 인터넷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사회·경제·문화적인 의미를 쉽고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호응을 기대합니다. 허두영씨는 서울경제신문 부장과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신화에서 첨단까지’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습니다. 편집자
닷컴시대의 종언
인터넷은 과연 ‘디지털 골드러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닷컴시대의 종언’으로 디지털 골드러시는 이미 끝났는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대륙횡단철도가 골드러시의 꿈을 안고 ‘Go West’를 외쳤다면 지금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은 아직도 ‘황량한 서부(Wild Wild West)’에서 ‘정말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을 찾고 있는가.
잠시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국 문화는 유럽 문화를 완성시킨 철도와 함께 시작됐다. (중략) 철도는 유럽에서 교통을 중개했지만 미국에서는 교통을 만들어냈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원인·과정·결과를 보면 영국과 미국이 다르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산업 생산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이어 운송혁명이 일어났다. 증기기관으로 석탄 생산이 늘자 1825년 스톡턴과 달링턴을 잇는 노선이 열렸고, 방적기로 면화의 수요가 급증하자 1830년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잇는 철길이 개통됐다. 스티븐슨이 제작한 증기기관차는 이 노선을 달리며 석탄과 면화를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미국에서는 운송혁명이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 황무지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효과적인 운송시스템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개척의 주역은 광부-목동-농부의 순서로 옮아간다. 1849년 캘리포니아의 ‘보낸자(bonanza:노다지)’를 캐기 위해 모여든 ‘포티나이너스(49ers)’의 뒤를 이어 10년 뒤쯤 카우보이들이 몰려들었고, 20년 뒤쯤 농부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된 것은 1869년. 유타주 프로먼터리에서 유니언퍼시픽 철도와 센트럴퍼시픽 철도가 연결됐다. 그 덕을 본 것은 광부도 목동도 아닌 농부였다. 대륙횡단철도는 동부에서 생산된 농기계를 서부로 옮겨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밀·오렌지 등 농작물과 농산품을 동부로 실어 날랐다.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의 결과 석탄과 면화의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철도가 등장했지만 미국에서는 철도가 뻗어나갔기 때문에 농작물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었다.
인터넷은 정보혁명의 결과인가, 아니면 정보혁명의 원인인가. 컴퓨터가 생산해낸 그 많은 정보를 유통시키기 위해 인터넷이 등장했지만 인터넷은 결국 컴퓨터로 하여금 엄청난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가 늘어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69년 구축한 알파넷(ARPANET)에서 비롯됐지만 팀 베르너스 리가 92년 월드와이드웹을 고안하면서 폭발적인 정보혁명을 일으켰다.
웹 이전의 인터넷은 산업혁명이 운송혁명을 낳은 영국식 철도시스템과 비슷하지만 웹이 널리 퍼지면서 인터넷은 운송혁명이 산업혁명을 낳은 미국식 철도시스템을 따라갔다.
‘닷컴시대의 종언’은 영국식이 아닌 미국식 철도시스템을 앞뒤 재지 않고 너무 빠른 속도로 따라갔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따라가면 ‘황량한 서부(Wild Wild West)’에서 ‘정말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속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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