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청사 안에 컴퓨터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그 컴퓨터 도둑의 최대 피해자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영국 국방부라는 사실이 밝혀져 관계 당국이 해명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타임스지는 지난 96년 이후 영국 정부 안에서 총 1354대의 노트북PC가 도난당했으며, 그 가운데 국방부가 총 594대의 컴퓨터를 도난당해 단연 수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컴퓨터 도난사건의 백미는 지난해 9월 베드포드에서 열린 국방부 회의장에서 발생했다. 국방부 직원들이 회의 준비로 회의장을 바쁘게 드나들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 도둑이 회의장에 침입,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회의용 노트북PC를 일괄 수거해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은 도난당한 컴퓨터에 기밀을 요하는 중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국방부의 보안체계를 재고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브루스 조지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국방부가 컴퓨터 도난에 있어서도 수위지만 불법적인 컴퓨터 해커 침입사건에 있어서도 역시 수위라고 지적,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보안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벌이겠다는 자세다. 실제로 99년 이후 영국 국방부 컴퓨터는 총 27건의 불법 해커 침입사건을 경험해 법무부 19건, 외무부 5건, 내무부 3건 등 타부처의 기록을 훨씬 앞서 있다.
영국 정부가 컴퓨터 도난·분실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00년 3월에는 영국의 양대 국가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는 MI5와 MI6의 두 직원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불과 며칠 사이에 국가의 기밀정보가 담긴 노트북PC를 나란히 도난·분실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의 국방부 컴퓨터 도난사건에서 보듯 영국의 국가보안기관들은 노트북PC와는 그다지 좋은 인연이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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