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구사업의 총예산 규모는 정보화 촉진기금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형국책기술사업 예산의 증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400여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대형국책기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올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영 2년차를 맞은 오길록 원장(57)은 그간 안정적인 경영 기조에 다소 변화를 모색하며 ‘자기 색깔’을 찾아보려는 일단의 신년 계획을 밝혔다.
오 원장은 지난 한해 동안 안정적인 연구 분위기 마련을 위해 신규인력을 확보하고 이탈하려는 연구원을 붙잡아 놓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으나 올해부터는 5대 대형과제 추진 등 ‘뭔가 일을 낼’ 과제 발굴에 치중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기술상업화를 기대하는 소규모 기술개발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국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대형국책기술사업의 차질 없는 연구 수행과 진도 관리에 최대한 역점을 둘 것입니다.”
그동안 오 원장의 ‘안정’만을 지향하는 경영 기조를 둘러싸고 안팎에서 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영 자체가 보수적이라느니, 비전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지적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은 내가 떠안고 간다’는 고집스런 신념으로 한해를 마감하고 신년 계획을 내놓았다.
“새로 시작되는 대형과제는 단계별로 만족할 만한 중간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핵심 요소기술의 확보와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IPR)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치중할 생각입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형과제는 현 정보통신산업을 고도화하는 중요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신산업을 창출하는 모험적인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 오 원장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가적으로 신산업을 일으킬 신규 대형국책기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 융합기술 분야에서 뭔가 대박이 터질 것으로 오 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조직운영과 관련해 오 원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올바르게 평가받고 이에 상응한 대우와 승진이 이뤄지는 조직, 공평한 질서가 유지되는 조직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연봉제 구조를 집중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위 취득에 따른 부가연봉제는 가급적 억제하고 인사관리에 형평성을 유지, 능력과 성과주의를 추구하는 연봉제 취지에 부합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ETRI는 오는 3월 말까지 품질경영에 대한 매뉴얼을 제정하고 원내 관련 규정의 제개정 등 기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ETRI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 지식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오는 2월 말까지 ETRI 환경에 적합한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 지식공유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에 설치한 ‘이동통신개발센터’를 통해 앞으로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과 더불어 세계 1위의 기술 확보와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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