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료 공방` 2라운드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등 후발 PCS사업자간 접속료 차등 산정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접속료 산정 공방전은 오는 11일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심의회의 SK텔레콤·SK신세기통신 합병승인 심의를 앞두고 벌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CS사업자 주장은 외형상으로는 합병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건부를 제시하는 형태로 SK텔레콤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강화하라는 압력으로 풀이된다.

 ◇경과=KTF와 LG텔레콤은 9일 정보통신부에 SK텔레콤·SK신세기통신이 합병할 경우 ‘이동전화망 접속료 제도 개선, 비대칭 규제정책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PCS사업자들은 SK텔레콤·SK신세기통신 합병이 승인될 경우 연말까지 시장점유율이 가입자 기준 60%에 이르는 등 독점이 심화된다며 이같이 건의했다.

 이들은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SK텔레콤에 이동전화방 접속료 제도, 전파사용료, 연구개발출연금 제도를 개선해 차등부과하며 할부 판매 및 카드사 제휴를 통한 우회적 보조금지급 금지, 판촉비 축소, 요금규제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의도=PCS사업자의 속내는 건의문을 통해 합병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되 접속료 차등규제, SK텔레콤에 대한 영업력 우월성을 견제하는 조항을 만들어 실익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PCS사업자들로서는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합병이 단행될 경우 원가, 요금 경쟁력, 마케팅 측면에서의 격차가 생겨나며 이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건의문은 공정위의 시장점유율 50% 규제를 받은 SK에 대해 합병을 승인해주면서 향후 정통부에 SK텔레콤의 우위요인을 상쇄시키는 제한조건을 달도록 유도하자는 것. 이른바 합병이 결정난 후 SK텔레콤과 대비한 샅바 싸움인 셈이다.

 ◇정통부 입장=정통부로서는 이번 건의에 대해 탐탁지 않은 눈치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이긴 하지만 정통부가 제시한 의견에 따라 시장점유율 규제를 마친 상황에 또다른 시장점유율, 영업정책을 규제하는 일은 ‘일사부재리’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정통부로서는 통신사업자들이 주파수 활용, 서비스 생산, R&D, 판매 조달에서 비용절감 효과를 위해 통합·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통합에 반대한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

 정통부는 이번 건의문이 향후 시장상황을 개선하려는 PCS사업자들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바로 ‘조건부 합병’이란 카드를 PCS사업자들이 내건 것도 합병에 대한 반대의견보다는 수익을 노린 고도의 전술로 이해된다.

 정통부는 이번 PCS사업자들이 내건 조건 중 상당부분을 실효성이 없는 조건으로 보고 있다. 조건 중 상당수가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폐지정책을 정면으로 위배하거나 정부의 전파사용료 수입을 줄이는 것이라며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다.

 시기도 문제다. ‘패스21’ 문제로 내환을 앓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나서서 분란을 만들고 있다며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망=11일 열릴 정보통신정책심의회에서 양사 합병은 일단 승인될 전망이다. 이미 한 번 연기한데다 최근 정통부를 둘러싼 ‘패스21’ 잡음도 부담이다. PCS사업자가 내세운 ‘조건’에 대한 고민은 정통부 몫으로 남게 됐다.

 PCS사업자의 결합에 대해 일시적인 밀월로 보는 시각도 크다. 이번 공동 건의문 제출에서도 KTF와 LG텔레콤은 접속료 문제에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매출규모 격차 때문에 KTF는 PCS 대표원가제를, LG텔레콤은 개별원가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기본 방침은 타 사업자와 차등규제”라며 “SK텔레콤뿐만 아니라 향후 KTF에 대한 접속료제도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혀 이번 건의문은 그야말로 조건부 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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