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금융기관의 IT업무를 전담할 금융IT 자회사 설립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와 기관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IT부문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을 바탕으로 자회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IT 자회사 설립은 고용안정을 문제삼는 노조원의 반발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됐지만 최근 비용절감·운영효율 등의 이점을 앞세워 구체화하고 있다.
농협중앙회(회장 정대근)는 지난 1일자로 전산조직인 ‘전산정보부’를 ‘전산정보분사’로 전환하고 별도법인 설립을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했다. 현재로서는 기존 하나로마트분사·사료분사 등과 마찬가지로 조직명만 ‘부’에서 ‘분사’로 바꿨지만 조만간 경영·예산·인사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별도법인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협이 지난해 IT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 바 있고 최근 PwC의 컨설팅도 IT부문 독립을 제시해 IT분사는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행장 김승유)도 IT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2년 전 한미은행과의 합병설이 나오면서 합병 후 IT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던 하나은행은 합병이 좌절되자 자체적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나은행은 자체 IT부문 독립을 통한 자회사 설립, 외부 SI업체와의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IT부문 분리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한빛·평화·광주·경남 등 4개 은행으로 구성된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그룹은 이들 은행 IT조직을 통합·분리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설립했다. 우리금융 측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내부적으로 연간 400억∼60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외부 IT사업 추진을 통해 본격적인 금융SI업체로서 자리매김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행장 김정태)도 구 주택은행과의 IT통합을 위한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IT 자회사 설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에 대한 논의가 대세를 이루고는 있지만 이 분야 자회사 설립에 대한 논의가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의 전산업무 개발에는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국민데이타시스템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금융지주회사로 거듭난 신한금융그룹, 신한·하나은행과의 합병설이 나돌고 있는 한미·제일은행 등도 금융IT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합병이 성사될 경우 IT 자회사 설립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 IT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해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내부 실정에 맞는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해 IT 자회사를 설립한다면 IT 경쟁력 제고는 물론 신규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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