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신입사원 시절

 누구나 신입사원 시절이 있으며 이는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3년 미국에 본사를 둔 한 컴퓨터회사에 인터뷰하러 갔을 때에 일이다. 처음에는 개인의 신상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시작됐다. 대체로 ‘yes, no’만을 대답하기만 하면 되었다. 사장님은 마지막 질문을 하나 하겠다고 하면서 “우리회사는 컴퓨터회사입니다. 당신은 컴퓨터와 관련 없는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회사에서 일하려고 합니까”라고 질문해 왔다. 운좋게도 그 질문은 어젯밤 만들어놓은 예상문제여서 나는 좋은 답변을 했고 입사가 결정돼 지금까지 IT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더 큰 시험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근무를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한 미국계 회사에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영문으로 작성해야 했다. 한글로 12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1주일 내에 영문으로 만들어야 했다. 일손은 모자라고 시간은 없고 누군가 이 일을 맡아야 했다. 나는 자원을 했고 갖은 고생 끝에 제안서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영문제안서를 담당임원에게 제출하였더니 사장님께 직접 가지고 가서 보여드리라고 했다. 사장님께 보여 드렸더니 몇 페이지를 읽어보시고 “참 잘했어요. 별로 고칠 곳이 없구먼. 다음주 월요일 당신이 이 제안서를 직접 제출하고 오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영문 제안서를 몸으로 때우면서 겨우 완성했는데 이제는 영어로 브리핑을 하라고. 가도가도 태산이로군. 그날부터 또 화장실에 들어갔다. 외우고 또 외우고. 아무리 외워도 잘 외워지지가 않았다. 그래 이번에도 부딪쳐 보자. 며칠 후 그 회사 비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사장님이 제안서를 읽어보시더니 내용을 충분히 파악했으니 브리핑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살았다. 그날부터 발 뻗고 잘 수 있었느냐고.

 천만에. 몸살이 나서 들어 누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린다. 지성이면 감천이요 만사형통 하리라.

<권태명 한국스토리지텍 대표이사 taemyung_kwon@storaget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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