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방송채널 운용정책에 대해 최근 문화관광부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방송채널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방송채널 정책은 지역방송사, 케이블TV방송국(SO) 등 일부 방송사들이 방송위에 항의하며 방송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문화부가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정부기관간 갈등 국면으로 전환케 됐다.
이에대해 지역방송사와 SO, 경인방송 등은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방송위원회는 곤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널정책 갈등 원인은=방송위는 지난해 11월 방송채널 정책을 발표하면서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2년간 수도권에 대해 허용하고 그 후부터는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대해 지역방송사와 SO들은 이 정책이 ’지역방송 및 케이블TV업계를 고사시킨다’는 이유로 강력히 항의하며 방송법 개정과 방송위원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등 파문이 확산돼 왔다.
◇문화부 문제제기 왜 했나=문화부는 방송위에 보낸 공문에서 “경인방송, 지역민방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 및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으로부터 우리 부에 방송채널정책의 시정(철회)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문제제기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방송업계가 문화부의 개입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송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문화부가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방송법 제9조, 27조, 78조 등을 근거로 반박하고 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27조1항이다.
위원회의 직무를 설명하고 있는 27조는 ‘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다만 위원회는 제1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할 경우 방송영상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문화관광부장관과 합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1호가 ‘방송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이다. 문화부는 이번 채널 운용정책이 방송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는 것이고 방송위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해석이 요구되는 등 쉽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적다.
◇전망=채널 정책을 놓고 문화부와 방송위가 정면으로 대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따라 새로운 독립기구로 거듭난 방송위로서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문화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문화부의 요구를 강력히 거부해야 할 입장이다. 문화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방송채널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부로서도 방송정책 전반을 방송위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방송법에도 나와있듯이 방송의 기본계획에 대해서만큼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정책이 국가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처간 정책논의와 국민들의 의견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번 채널 운용정책은 방송위와 문화부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편 문화부와 방송위의 갈등은 ‘방송법 개정’이라는 변수로 인해 싱겁게 끝나버릴 수도 있다.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쟁점이 되고 있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해결돼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은 각 정당의 서로 다른 입장과 방송사업자간 의견대립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문화부와 방송위의 갈등은 논리와 법리 싸움의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병억부장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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