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비(非) D램 경쟁력 있나?

 하이닉스반도체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전략적 제휴 방향을 D램사업을 접고 S램·플래시메모리·시스템IC·파운드리서비스 등을 포함한 비(非)D램 전문업체로 가닥을 잡으면서 향후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결론적으로 말해 비관적이다.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은 D램을 뺀 나머지 부문의 하이닉스는 의미가 없으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홀로서기에 나서게 돼 정상궤도에 빨리 오르지 못하면 결국 D램처럼 손을 터는 상황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D램사업과 부채를 넘겨주고 가벼운 몸으로 시스템온칩(SoC)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새출발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외형은 커도 내실은 부족=하이닉스의 비D램 비중은 올해 전체매출의 35∼40%로 지난해 25∼30%보다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D램 매출이 줄어든 결과지 비D램 분야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억4000만달러로 가장 매출비중이 큰 파운드리사업만 해도 올해 주문량 급감으로 지난해의 60∼70% 수준에 머물렀다. 이 또한 5인치·6인치 D램 노후 팹을 활용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갖게 돼 서비스료를 낮출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정 용도 반도체(SP)로는 LCD 수출호조에 힘입어 LCD드라이버IC(LDI)가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나머지 MCU·이미지센서·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칩·로직 등은 외국업체는 물론 중소업체들의 경쟁제품도 많아 판매가 미미했다. S램·플래시메모리 등도 대용량 제품이나 복합제품 등 제품 라인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한정된 고객과 차세대 기술부재=하이닉스 비D램 사업의 최대 고객은 LG그룹이다. LG반도체 사업을 넘겨받은 만큼 시스템을 생산하는 LG 계열사에 아직도 상당수의 제품을 납품한다.

 그러나 LG전자가 자체적으로 비메모리사업을 하겠다며 대만 TSMC와 제휴관계를 맺으면서 거래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핵심 기능이 하나로 통합돼가는 SoC 등 차세대 제품군 개발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대부분 기본 로직 제품군에 머물러 복합된 고집적 제품에 대한 개발이 미비하다.

 인력도 문제다. 비메모리를 담당했던 LG반도체 출신 인력의 상당수가 합병후 창업의 길을 가거나 전업하는 등 핵심개발인력의 유출도 많았다. 신규 인력충원도 거의 없었다.

 ◇획기적인 투자와 인력확보가 관건=하이닉스가 비D램 전문업체로 성장하려면 이처럼 미비한 기술 및 설비투자와 핵심 인력의 확보가 급선무다.

 마이크론과의 제휴에서도 이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하이닉스의 생존 여부도 판가름난다.

 하이닉스측은 “부채를 털어내면 비메모리 전문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나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갈 길이 너무 멀다”며 하이닉스의 장래를 걱정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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